[한경에세이] 머리염색과 분식회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실체 가린다는 점 비슷하지만 내부부정 감사 통한 적발 한계
권오형 < 한국공인회계사회장 kohcpa@kicpa.or.kr >
권오형 < 한국공인회계사회장 kohcpa@kicpa.or.kr >
첫 번째 분식은 하얗게 변한 귀밑머리를 염색 스틱으로 본인이 검게 만드는 것과 같은 내용이다. 저녁에 머리를 감으면 검은 머리는 도로 하얗게 된다. 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기업이 회계감사 시 지적당하거나 간과해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정도다.
두 번째 분식은 이발소에서 완전히 염색하는 경우다. 그러나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발견된다. 2~3개월 후에는 밑에서부터 하얀 머리가 자라기 때문이다. 감사인이 2~3년 동안 계속 감사를 맡았다면 이런 분식회계는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만약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감사인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세 번째 분식은 가발이다. 머리카락이 전혀 없는 경우 가발을 벗겨보기 전에는 실체를 확인할 수 없다. 기업이 이익이 전혀 없는데도 이를 감추는 것은 분식회계가 아닌 심각한 '부정회계'에 해당된다. 이런 조직적인 분식회계에는 수사권이 없는 감사인에게 한계점이 있다. 최근 불거진 저축은행 감사에 대한 문제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은 모발 이식 성형수술이다. 이런 경우의 분식회계는 결국 내부 고발자가 없다면 밝혀내기조차 힘들며,최고경영자(CEO)나 최고재무책임자(CFO)도 모르게 오직 오너의 결정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다.
분식회계는 회계감사기준을 지키면 웬만한 것은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샘플링 조사와 수사권이 없는 상태에서 가발 착용,모발 이식의 '부정회계'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필자가 부실 감사를 정당화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은 아니다. 잘못이 있다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분식회계는 회계 주체인 기업이 주도해야만 시작될 수 있다. '분식회계=부실 감사'라고 직결시키는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권오형 < 한국공인회계사회장 kohcpa@kicp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