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의 시행을 앞두고 노사관계의 관심이 해당 법과 관련 지침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은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서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에 가깝다. 정부가 제시한 국정과제의 핵심 목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이며, 노란봉투법으로 대표되는 집단적 노사관계에 관한 규율은 어디까지나 간접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목표를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후속 입법의 후보로 가장 자주 거론되는 것이 이른바 근로자성 추정법(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이른바 ‘가짜 3.3’ 의심 사업장에 대한 기획감독을 실시하는 한편, 신고사건 처리에서 근로자성 판단을 담당할 ‘근로자성판단위원회’의 신설을 예고하였는데, 이는 입법에 앞서 행정감독의 수단을 정비하는 움직임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필자는 지난 2025. 3. 18.자 칼럼(노무제공자의 근로자성 판단…사용자가 입증하라고?)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의 Dynamex 판결과 AB5(Assembly Bill 5)로 대표되는 ‘ABC 검증요건(ABC test)’의 구조와 시사점—특히 중첩적 소극요건의 설계 및 입증책임의 전환—을 소개한 바 있다. 그리고 당시 이를 본 떠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몇 가지 입법안(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을 소개하고, 이러한 입법안이 플랫폼 노동자 등 취약한 지위의 노무제공자에게 노동법적 보호의 문턱을 낮춘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우리 법체계와의 구조적 차이 및 모든 노무제공자에게 일률적 기준을 적용하는 획일화의 위험을 지적하며 신중한 접근을 제언한 바 있다.그로부터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국회 논의의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lsq
2025년 12월 24일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안(이하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발의되었다. 플랫폼 경제의 성장, 디지털 전환, AI 혁신으로 우리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종래의 전통적인 근로계약에 입각한 ‘근로자’와 ‘사용자’의 개념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계약관계와 노무제공 형태가 크게 확산되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모든 일하는 사람의 노동 기본권을 명확히 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 취지이다.기술의 발달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노무제공자들에 대하여도 일정한 수준의 보호가 필요함은 분명하지만, 기존 근로기준법의 틀에서 보호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는 순간 근로기준법을 전부 적용 받게 되는데, 전통적인 근로계약관계나 정규직 중심으로 설계된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할 경우 현실에 맞지 않는 많은 조항들이 다수 존재할 뿐 아니라, 이들 모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개념에 포섭할 경우 전체 근로자 개념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권익 보호에 관한 별다른 입법이 없던 상황에서 새로운 노무제공자들 혹은 기존에 사업자와 근로자의 경계에 있던 자들이 일을 그만두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다투며 퇴직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빈번하였다. 특히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근로자의 개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개념과 동일한데, 산재보험법령상 노무제공자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에도 보호의 필요성은 동일하다는 측면에서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아졌고, 근로자성을 인정할 요소와 부정할 요소가 비슷
퇴근 후 또는 휴일에 상사 또는 동료로부터 업무 연락을 받아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습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기기를 이용하여 업무와 연결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편리함의 이면에는 피로 누적, 휴식권 침해 등 부작용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근무시간 외 연락은 모두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까요?최근 판례는 이 질문에 비교적 분명한 기준(업무상 필요성과 긴급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3개월간 42차례 근무시간외 연락A상사는 3개월간 B부하직원에게 총 42건의 근무시간 외 연락을 했습니다. 법원은 42건의 연락 행위 중 38건에 대해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했습니다. “근무시간 외 연락이 상당한 기간 동안 여러 차례 반복되어 왔고, 부하직원이 자제해달라는 의사표시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속되었으며, 늦은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 상당히 오랜 시간 이뤄졌고, 통화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업무시간이 아닌 밤 시간에 급박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가 없어 보이고, 양자의 지위 및 관계를 고려할 때 부하직원으로서는 상사와의 전화통화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기 어려운 입장에 있었을 것이므로, 업무상 적정 범위 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법, 2025.10.30. 선고 2024가합110086 판결).다만, 같은 판결에서 다른 4건(야근 후 주차 확인, 퇴근 직후 보안 물품 관련 주의, 행사 담당자의 무단 퇴근 확인, 야근 중 업무 협의 전화)은 통화의 목적과 내용, 시점, 업무상 필요성을 고려하여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즉, 근무시간 외 연락이라고 해서 모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판례의 입장은 근무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