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직원, 증자 참여 '고민'…"우리사주 반토막 났는데…"
현대증권 직원들이 회사의 유상증자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내달 1일 우리사주를 신청해야 하는데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증권은 595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다. 우리사주 조합에는 20%인 1190억원어치가 배정됐다. 직원 1인당 평균 5000만원 정도를 넣어야 한다. 직급과 연봉 순으로 물량이 많이 배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과장급 이상은 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필요하다.

이들을 더욱 부담스럽게 하는 것은 회사가 4년 전에도 비슷한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기 때문에 직원들은 이미 우리사주를 꽤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증권은 2007년 11월 536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때 대다수 직원들은 수천만원의 대출을 끼고 우리사주 물량을 받았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8년 가을 글로벌 신용위기로 증시가 타격을 받았고 주가는 폭락했다. 우리사주 보호예수 1년이 끝날 때쯤에는 공모가 1만6400원의 3분의 1 수준까지 주가가 내려 앉았다. 현대증권 주가는 2008년 10월 585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반짝 회복했던 주가는 다시 내리막을 걸어 현재 8900원(15일 종가)을 기록 중이다. 공모가에 비하면 여전히 반토막 수준이다. 현대증권의 팀장급 직원은 "당시 우리사주를 처분하지 못해 아직도 꼬박꼬박 이자가 나가는데 또다시 우리사주를 받으라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푸념했다.

우리사주 청약을 포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회사가 글로벌 IB(투자은행)로 성장하겠다는 로드맵을 그리며 증자를 추진 중인데 참여하지 않는다면 '충성도'가 낮다는 평가를 들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