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ㆍ유화 등 주력산업 年 18조 부담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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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 '초비상' - (上) 기업 비용 눈덩이
포스코, 영업익 절반 내놔야
美ㆍ日ㆍ中도 아직 참여 안 해…CEO들 정부 간담회 '보이콧'
포스코, 영업익 절반 내놔야
美ㆍ日ㆍ中도 아직 참여 안 해…CEO들 정부 간담회 '보이콧'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지난 15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 방안을 설득하기 위해 국내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를 불러 비공개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었다. 제도 도입에 앞서 CEO의 불만을 달래고 협조를 구하는 자리였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전자업체 등 에너지 소비가 많은 업종의 CEO들이 참석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는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업 CEO들이 일정상 이유로 불참하거나 대신 담당 임원을 보내겠다는 뜻을 전달해서다. 업계에선 CEO들이 사실상 간담회 자체를 '보이콧'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주도한 간담회에 기업 CEO들이 참석을 거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CEO는 "산업계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자리가 될 것 같아 참석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귀띔했다.
◆우리 기업 배출량은 전 세계의 1.7%뿐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앞두고 기업들이 속을 끓이고 있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산업계는 막대한 비용 부담과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란 정부가 기업이 배출할 이산화탄소 양을 정하고 목표보다 많이 배출한 기업이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온실가스를 덜 내뿜는 기업은 줄인 만큼 배출권을 팔 수 있지만 할당량보다 많이 배출한 기업은 초과한 양만큼 돈을 주고 배출권을 사야 한다.
기업들은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의 1.7%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미국 일본 중국 등 온실가스 대량 배출 국가들이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먼저 위험 부담을 떠안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산업계는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대로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될지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세계 탄소시장 규모는 2008년 1350억달러,2009년 1430억달러,지난해 1410억달러다.
◆주력 산업에서 5조6000억원 추가 비용
무엇보다 산업계가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에너지관리공단은 10% 유상 할당을 할 경우 철강,석유화학,반도체 등 주력 산업에서 약 5조6000억원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10% 유상 할당은 초과분 100 가운데 90은 무상으로 하고 나머지 10에 대해 탄소배출권을 다른 곳에서 사와야 한다는 얘기다.
산업연구원은 50% 유상 할당 시 202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0.58%,수출 0.18%,고용 0.4%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관리공단은 100% 유상 할당이 이뤄지면 국내 기업들의 비용 발생 규모는 연간 18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큰 포스코의 경우 유상 할당 10% 조건일 때 이산화탄소 감축에 드는 비용은 약 4200억원으로 예상됐다. 유상 할당 100%일 경우엔 2조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이 회사는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상관없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목표관리제에 따라 당장 쇳물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96만3000이산화탄소톤(??t)을 줄여야 한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장은 "주요 경쟁국가들이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먼저 발을 담그면 엄청난 리스크를 떠안게 될 수 있다"며 "이미 도입한 목표관리제로 얼마만큼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고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등을 면밀히 따진 후에 도입을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이유정 기자 cmjang@hankyung.com
하지만 이날 간담회는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업 CEO들이 일정상 이유로 불참하거나 대신 담당 임원을 보내겠다는 뜻을 전달해서다. 업계에선 CEO들이 사실상 간담회 자체를 '보이콧'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주도한 간담회에 기업 CEO들이 참석을 거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CEO는 "산업계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자리가 될 것 같아 참석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귀띔했다.
◆우리 기업 배출량은 전 세계의 1.7%뿐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앞두고 기업들이 속을 끓이고 있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산업계는 막대한 비용 부담과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란 정부가 기업이 배출할 이산화탄소 양을 정하고 목표보다 많이 배출한 기업이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온실가스를 덜 내뿜는 기업은 줄인 만큼 배출권을 팔 수 있지만 할당량보다 많이 배출한 기업은 초과한 양만큼 돈을 주고 배출권을 사야 한다.
기업들은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의 1.7%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미국 일본 중국 등 온실가스 대량 배출 국가들이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먼저 위험 부담을 떠안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산업계는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대로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될지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세계 탄소시장 규모는 2008년 1350억달러,2009년 1430억달러,지난해 1410억달러다.
◆주력 산업에서 5조6000억원 추가 비용
무엇보다 산업계가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에너지관리공단은 10% 유상 할당을 할 경우 철강,석유화학,반도체 등 주력 산업에서 약 5조6000억원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10% 유상 할당은 초과분 100 가운데 90은 무상으로 하고 나머지 10에 대해 탄소배출권을 다른 곳에서 사와야 한다는 얘기다.
산업연구원은 50% 유상 할당 시 202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0.58%,수출 0.18%,고용 0.4%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관리공단은 100% 유상 할당이 이뤄지면 국내 기업들의 비용 발생 규모는 연간 18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큰 포스코의 경우 유상 할당 10% 조건일 때 이산화탄소 감축에 드는 비용은 약 4200억원으로 예상됐다. 유상 할당 100%일 경우엔 2조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이 회사는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상관없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목표관리제에 따라 당장 쇳물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96만3000이산화탄소톤(??t)을 줄여야 한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장은 "주요 경쟁국가들이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먼저 발을 담그면 엄청난 리스크를 떠안게 될 수 있다"며 "이미 도입한 목표관리제로 얼마만큼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고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등을 면밀히 따진 후에 도입을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이유정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