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조직률이 1977년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지 34년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근로자들의 욕구는 변화하는 반면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에서 정치 투쟁에 집중,현장에서 외면받은 것이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근로자 의식 변화에 기업 인력관리

노조 조직률은 1977년 25.4%로 출발해 1986년 16.8%까지 떨어지며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그러나 이듬해인 1987년 반등해 1989년 19.8%로 정점을 찍은 뒤 다시 하락세를 보여왔다. 1987년 '민주화투쟁'으로 노조 조직화가 일시적으로 늘었지만 2000년대 들어 다시 줄어들었다.

노조 조직률은 노조 가입이 가능한 근로자 중에서 실제로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 비율을 뜻한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유럽도 지속적으로 하락해 대부분 30%대를 밑돈다. 미국(11.3%,2010년 기준) 영국(26.5%) 독일(18.6%) 일본(18.4%) 등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국내에서 노조 조직률이 급속도로 하락한 것은 산업구조의 변화 및 기업의 적극적인 인재개발 노력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국내 산업의 중심이 이동하면서 이들 업종의 근로자들이 노조 설립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도 단순한 노무관리에서 벗어나 근로자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그들의 능력을 개발하는 등 인적자원(HR) 관리를 강화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노동운동의 방향이 청년과 여성 등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늘어난 계층을 아우르지 못하면서 노조에 대한 근로자들의 관심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 정치투쟁도 외면 불러

"양대노총 정치투쟁 염증"…이탈 러시
노조 조직률 감소와 함께 양대 노총에 대한 이탈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노총은 2009년에 비해 조합원 숫자가 1.6%,민주노총은 1.4% 감소했다. 그러나 단위노조 기준으로는 한국노총이 8.8%(221개),민주노총이 21.9%(121개) 감소했다. 복지 확대에 관심을 갖는 노조가 증가하고 상생의 노사문화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2009년부터 민주노총 탈퇴가 이어져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 자유무역협정(FTA) 투쟁을 주도하는 등 상급 노동운동단체가 정치 투쟁에 집중하면서 일반 근로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복지와 근로조건 등 실리를 추구하는 개별 단위노조들이 정치투쟁을 일삼는 상급단체에서 꾸준히 이탈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노동계 일각에서는 올해 7월부터 도입된 복수노조제에 따라 노조 조직률이 단기적으로 다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무노조 사업장이나 이른바 '어용노조'가 있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노조 조직화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복수노조제가 노조 조직률을 끌어올릴 가능성은 있지만 그리 많이 높아지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