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16일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한 뒤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에 나서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제의를 거부했다.

미국 정부가 그동안 민주당이 요구해온 ISD 재협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국익보다는 총선을 겨냥한 명분없는 당리당략을 선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이 비준안 강행 처리를 검토하고 있어 여야의 정면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6시간의 의원총회 후 브리핑을 통해 "국회 비준 전에 FTA 재협상을 벌여 최소한 ISD는 제외해야 한다는 민주당 당론에는 변함이 없다"며 "대통령의 구두약속은 당론 변경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다만 당내 협상파의 의견을 반영해 추가 조건을 정부 여당에 제시했다. 이 대변인은 "ISD 폐기 유보를 위한 협상을 즉시 시작하겠다는 양국 장관급 이상의 서면 확인을 받아오면 물리적으로 저지하지 않겠다"고 제안했다. 현실적으로 정부 여당이 수용할 수 없는 안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한 데 따른 역풍을 피해가기 위한 정략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우리 정부의 요구가 있을 경우 발효 후 어떤 이슈도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미국 통상당국자는 "한 · 미 FTA 발효 후 서비스투자위원회에서 ISD를 포함해 어떤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discuss)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