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시스, 인력개발에 年2억달러…"깐깐하게 뽑아 100% 쓴다"
“올해 우리 회사 임직원의 가치는 1조3656억3700만루피(30조4800억원)입니다.”

인도의 한 회사가 2010년 연례보고서에 기재한 내용이다. 자체 산정한 임직원 가치는 연 매출의 5.7배에 달했다. 매년 그 가치는 올라가고 있다. 당당히 임직원의 가치를 산정, 공표한 것은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회사는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성장을 거듭함으로써 자신감을 실적으로 증명했다.

인도의 정보기술(IT) 아웃소싱 전문기업 인포시스 테크놀로지스 얘기다. 1981년 7명의 프로그래머가 단돈 250달러로 창업한 인포시스는 30년 만에 시가총액 270억달러의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비결은 인재였다. “사업의 성패는 곧 상품성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에 달려 있다”는 철학이 성장을 이끌었다.

인포시스는 2006년 인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나스닥에 상장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2009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크로톤빌도 부럽지 않은 교육

인포시스, 인력개발에 年2억달러…"깐깐하게 뽑아 100% 쓴다"
인포시스는 기업들의 아웃소싱 업무를 전문적으로 대행해 주는 회사다.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서비스 기업’이라고도 부른다. 소프트웨어 개발, 콜센터 업무, 회계, 급여처리 등이 이 회사가 하는 일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핵심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아웃소싱을 확대하면서 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인도는 뛰어난 IT 기술과 영어실력, 낮은 임금 등을 기반으로 세계적 아웃소싱 기지가 됐다. 세계 60개국에서 약 450개 기업의 콜센터 등 서비스 센터를 유치했다. 인도 내에만 300여개에 달하는 아웃소싱 기업이 있을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이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인포시스가 성장한 것은 사람에 대한 과감한 투자 덕분이다. 인포시스는 연간 인력개발에만 순익의 30%가량인 평균 약 2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2006년에는 인도 마이소르에 1억2000만달러를 들여 교육기관인 ‘세계교육센터’를 세웠다. 3개의 극장, 수영장, 인도 최대 규모의 피트니스클럽 등을 갖추고 있다. 포천은 “세계 최대 규모라고 평가받는 제너럴일렉트릭(GE)의 교육센터인 크로톤빌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라고 진단했다.

이곳에 입소한 신입사원은 약 14주간 교육을 받는다. 이 기간 들어가는 비용은 1인당 5000달러 수준에 이른다. 인도 근로자 월 평균임금이 1500달러 선인 것과 비교하면 석 달치 월급을 교육에 투자하는 셈이다. 이런 투자는 성장으로 이어졌다. 인포시스 직원 수는 12만명에 달하고 2010년 매출은 47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IT 아웃소싱 시장 점유율은 51%에 이른다.

◆“어렵게 뽑아 확실히 쓴다”

인포시스에 입사해 회사가 원하는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채용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포시스 입사 지원자는 매년 약 20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회사가 최종적으로 채용하는 비율은 1% 안팎이다. 약 70%의 지원자들이 수학시험과 논리력 시험에서 탈락한다. 필기시험 통과자들도 면접을 거쳐야 합격할 수 있다.

이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14주간의 교육을 거쳐야 한다. 이 기간 합격자들은 하루 8시간씩 컴퓨터를 익히고 회사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사항 등을 배우고 시험을 치른다. 각각 3시간 걸리는 2개 과목의 종합시험을 치러 합격해야 한다. 여기서 불합격하면 입사가 취소된다.

인포시스는 인재를 선발한 뒤 철저하게 이들의 아이디어를 활용한다. 인포시스에는 이사회 회의 때 참석자의 30%를 30세 이하 젊은 직원으로 구성하는 ‘30/30’룰이 있다. 이들은 ‘청년중역회의’ 멤버로 불린다. 또 젊은 직원들이 관심을 갖고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낙서 공간 등을 운영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내기도 한다. 예컨대 회의 참석자들에게 1분의 시간을 줘 ‘우리 회사가 어떻게 신흥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까’ 등의 질문을 던져 즉흥적인 답을 듣는 식이다.

직원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인포시스는 2009년부터는 사내 인력개발 프로그램인 ‘iRACE’를 도입해 직원들이 자신의 적성과 직무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해 업무효율을 높이고 있다. 이런 투자는 위기에서 빛을 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많은 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은 2008년 인포시스 매출은 전년보다 30% 이상 증가한 41억8000만달러에 이르렀다.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다. 인포시스의 임금은 업계 평균 수준이다. 그러나 이 회사의 이직률은 15%로 업계 평균 이직률보다 10%포인트나 낮다.

◆“미래수익원이 더 중요하다”

인포시스는 1990년대 중요한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아웃소싱을 크게 늘릴 때였다. 인포시스에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달라는 주문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수많은 아웃소싱 기업이 생겨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업계 평균단가는 25%나 떨어졌다.

그러나 인포시스는 글로벌 기업의 ‘단가 후려치기’를 거부했다. 대신 사업모델을 전면 재정비했다. 당시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컨설팅업체 등 여러 업체를 따로 고용했다. 인포시스는 이 흐름이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의 아웃소싱 업체가 한 기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IT 서비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웃소싱에도 원스톱 서비스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2000년대 접어들어 원스톱 서비스를 원하는 업체가 늘어난 것. 이런 트렌드에 미리 준비한 인포시스의 매출은 지난 10년간 25배 늘었다. 통합 IT시스템의 매출비중도 2010년 60%까지 증가했다. 난단 닐카니 CEO는 “당장 손해가 나더라도 눈앞의 수익에 만족하기보다 더 큰 수익을 낼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인재육성과 사업확장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