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석 <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ysy@leeko.com >
명동 근처에 근무한 지 28년이 넘었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은 점심시간이 되면 거의 같은 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명동거리의 식당을 찾는다. 음식 맛이 좋은 식당은 순식간에 꽉 차 손님들이 문 앞에 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사무실에서 조금만 늦게 나오면 맛 좋은 식당에 자리잡기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북적이는 음식점은 언제나 북적인다.
우리 아파트에는 두 사람의 경비원이 근무한다. 경비원 한 사람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반가운 미소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부지런히 아파트를 돌면서 일을 찾고,즐겁게 일하고,자기 일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분을 볼 때마다 마음이 같이 밝아지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든다. 다른 한 경비원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나,자존심이 너무 상하는구나,나는 불행해'라는 글자가 이마에 쓰여 있는 듯하다. 똑같은 급여,똑같은 환경,똑같은 임무인데 한 사람은 즐겁게 일하면서 지금도 근무하고 있고,다른 한 사람은 불행에 질질 끌려가는 듯한 삶을 살다 결국 얼마 후에 그만뒀다.
수백명이 함께 일하는 로펌에서도 바쁜 변호사는 항상 바쁘다. 여러 복잡한 사건들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사건마다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하고,하루 종일 의뢰인과 상담하고,수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동료들과 토론하고,밤늦게까지 서류를 읽고,문서 작성하는 일을 되풀이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생활을 한다.
그런 변호사들의 특징은 일을 즐거워한다는 것이다. 고생스러운 일이 언제나 즐거울까마는,어쨌든 즐겁게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 분명하다. 일을 주는 사람에게 고마워하고,일을 재미있어 하고,정성과 열심을 기울여서 일하고,또다시 일을 받기를 기대한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런 변호사에게 또 일을 주게 되고,그것이 그 변호사를 다시 바쁘게 만든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런 생활에 익숙한 변호사는 더 많은 경험을 갖게 돼 유능하게 되고,그러니까 사람들이 그런 변호사를 더욱 찾는다.
법조계에 첫발을 들여놓는 우수한 인재들이 로펌 변호사가 되기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로펌 변호사 생활이 너무 고생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달픈 로펌 생활은 사람을 만든다. 젊은 날에 밤낮으로 고생하는 몇 년의 세월이 사람을 강하게 만들고,부지런하게 만들고,명민하게 만들고,유능하게 만든다. 고생이 없이는 결코 달성할 수 없는 성품들이다. 그러나 즐겁게 하기로 마음먹으면 그런 고생은 통과하기 쉽다.
기업체,공기관,상점,음식점 등 어떤 조직이든지간에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지,아니면 마지못해 일하는지 사람들이 보면 금방 안다. 고생하면서도 즐겁게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같이 즐거워지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든다.
윤용석 <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ysy@leek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