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저렴한 칠레산 키위 못 팔게 한 ‘제스프리’에 과징금

뉴질랜드산 키위 공급업체가 저렴한 칠레산 키위를 팔지 못하게 한 정황이 포착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뉴질랜드산 키위 공급업체인 제스프리그룹리미티드 및 제스프리인터내셔날코리아(제스프리)가 대형마트에게 ‘칠레산 키위 판매 금지 조건’을 부과해 경쟁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4억2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제스프리는 1999년 뉴질랜드 정부가 제정한 ‘키위산업 구조조정법’에 따라 뉴질랜드에서 생산한 키위를 다른 나라에 수출할 수 있는 권리를 독점하고 있다. 국내에 수입되는 뉴질랜드산 키위는 모두 제스프리에서 공급하고 있다.

제스프리는 칠레산 키위가 관세율의 지속적 인하로 가격경쟁이 격화될 것을 우려했고, 대형마트에 칠레산 키위의 판매를 방해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칠레산 키위는 2014년부터 무관세 품목이 될 예정이다. 올해는 12.4% 관세율이 적용됐다. 반면 뉴질랜드산 키위에는 45%의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이마트에 왜 '제스프리' 키위만 파나 했더니…
제스프리는 2010년 3월 이마트 및 이마트의 유통관련 계열사인 신세계푸드와 뉴질랜드산 키위 판매 관련 직거래 협의를 진행했다. 제스프리는 이마트 및 신세계푸드에게 뉴질랜드산 키위 공급 기간 동안 칠레산 키위를 판매하지 않을 것을 직거래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마트의 2009년 칠레산 키위매출은 약 16억 원이었다. 하지만 제스프리의 칠레산 키위 미판매 조건 부과로 인해 2010년에는 칠레산 키위를 판매하지 않았다.

제스프리는 2011년 1월부터 롯데마트와도 직거래를 협의했다. 롯데마트에게 뉴질랜드산 키위 공급 기간동안 칠레산 키위를 판매하지 않을 것을 직거래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공정위는 제스프리의 행위로 인해 칠레산 키위가 대형마트 유통경로의 55%에서 봉쇄됐다고 주장했다. 또 이마트에서 저렴한 칠레산 키위가 배제됨에 따라 이마트에서 제스프리 그린키위 가격이 평균 13% 상승했다. 칠레산 키위의 가격은 변동은 없었지만, 시장점유율은 7.5→5.9%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제스프리는 칠레산 키위가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판매되지 못하게 함으로써 대형마트 유통경로에서 브랜드 키위로서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했다"며 "세계최대 키위 수출업체가 국내시장에서 소비자의 저렴한 칠레산 키위 선택권을 박탈한 행위에 대해 엄중 조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칠레 FTA의 가격인하 효과를 가로막은 불공정행위에 제동을 걸었다"며 "수입단가가 낮아지고 있는 칠레산 키위가 대형마트에서 자유롭게 유통되면, 가격경쟁이 촉진되고 키위 가격도 하락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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