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로 교수의 거꾸로 증시 이론] 상한가는 탐욕ㆍ속임수의 산물…한 달 후 수익률 평균치 밑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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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상한가는 '빛좋은 개살구'
다음날 오를 확률은 57%
2주 지나면 에너지 약화…6개월 후 상승 34% 그쳐
문병로 <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moon@snu.ac.kr >
다음날 오를 확률은 57%
2주 지나면 에너지 약화…6개월 후 상승 34% 그쳐
문병로 <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moon@snu.ac.kr >
상한가는 증시에서 가장 극적인 현상 중 하나다. 대중의 광기 탐욕 조급함 어리석음 속임수 같은 요소들이 상당 부분 포함된 극단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데이터를 조금만 길게 보면 상한가는 전혀 축복이 아니다.
지난 11년간 상한가는 총 11만여건 발생했다. 해가 가면서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2000년은 임의의 날에 12종목 중 하나가 상한가일 정도로 잦았고,2010년에는 81종목 중 하나로 그 빈도가 줄어들었다. 시간이 가면서 시장이 상대적으로 어른스러워지고 있다. 상한가 이후의 주가 흐름을 살펴보자.
우선 상한가 다음날은 상승 확률이 57%로 평균치보다 13%포인트 높다. 1주일 후 상승 확률은 평균치와 같아진다. 오를 때 많이 오르는 경우가 많아 상승폭은 3.64%로 평균치(0.35%)에 비해 훨씬 높다. 잔치는 이 정도에서 끝난다. 2주일 후의 상승 확률은 평균치 대비 2%포인트 낮고,1개월 후의 상승 확률은 평균치보다 6%포인트 낮다. 6개월 후의 상승 확률은 34%로 평균치 대비 무려 11%포인트나 낮다. 1주일 후부터 6개월 사이 수익률은 통상적인 종목보다 9.4%포인트 더 낮다. 1개월 이상의 관점에서 보면 상한가는 슬픈 뉴스다.
시장은 왜 상한가에 열광하는가? 상한가 발생 후 며칠간의 추이를 보면 대중이 흥분할 만한 자극적인 요소가 있다. 우선 상한가 발생 다음날 다시 상한가를 기록할 확률이 28%나 된다. 통상적인 상한가 확률보다 10.5배나 높다. 대략 두 번에 한 번꼴(45%)로 1주일 내에 다시 상한가를 기록한다.
상한가에 조건이 강화되면 힘이 더 세지기도 한다. '이틀 전 상한가였고 전날 시가와 종가가 일치'한 상태에서 맞은 상한가라면 강력하다. 전체 상한가 중 약 7%가 이에 해당한다.
강력한 상승의 힘이 3주간 유지된다. 다음날 상승 확률이 73%로 평균치 대비 29%포인트나 높다. 3주일 후의 상승 확률은 평균치와 같으나 급등 확률이 현저히 높다. 50% 이상 상승할 확률은 18%이고 50% 이상 하락할 확률은 3%에 불과하다. 두 배 이상으로 상승할 확률도 10%나 된다. 일반 종목의 3주 후 두 배 이상 상승 확률은 0.35%에 불과하니 거의 30배에 가깝다. 평균 수익률은 19.8%로 평균치 1.05%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애석하게도 이런 첫 3주간의 불꽃놀이는 그림의 떡에 가깝다. 당일 상한가가 하루 종일 유지되면 주식을 사기가 힘들다. 중간에 상한가가 깨지면 매수가 가능해진다. 그렇지만 이 경우 종가가 상한가로 돌아가지 못하면 예후는 치명적이다. 다음날 상승 확률은 35%에 불과하다. 1주일 후 상승 확률은 32%로 평균치보다 14%포인트 낮다. 평균 4.4%의 손실이 발생한다. 6개월 후의 상승 확률은 28%로 평균치 대비 17%포인트나 낮다. 통상적인 상한가도 당일 매수가 힘들고,상한가를 유지하지 못하면 예후가 아주 나빠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위와 같은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 해도 잔치는 평균 3주면 끝난다. 이때부터 에너지가 현저히 떨어져 6개월 후 상승해 있을 확률은 31%로 평균치 대비 14%포인트 낮아진다. 3주 후부터 6개월 사이의 수익률은 일반 종목보다 무려 21.1%포인트나 더 못하다. 평균 손실폭은 15%다. 가히 재앙에 가깝다.
상한가는 하한가보다 2.4배 더 자주 발생했다. 하루에 기업의 가치가 15% 상승하는 것은 건강한 움직임이 아니다. 상한가는 조합에 따라 강력한 확률적 우위를 몇 주간 제공하기도 하지만 매수하기가 쉽지 않고,쉽게 매수되면 예후가 재앙에 가까운 '빛좋은 개살구' 같은 것이다. '그림의 떡' 아니면 '썩은 고기'다.
문병로 <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moon@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