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로 교수의 거꾸로 증시 이론] 상한가는 탐욕ㆍ속임수의 산물…한 달 후 수익률 평균치 밑돌아
[문병로 교수의 거꾸로 증시 이론] 상한가는 탐욕ㆍ속임수의 산물…한 달 후 수익률 평균치 밑돌아
중세 교회는 평신도들이 성경을 읽지 못하게 했다. 대중이 똑똑해지는 상황이 교회로서는 불편한 일이었다. 평균적인 대중에게 수리적 마인드가 없는 상황이 금융회사들에는 우호적인 환경이다. 음모론자들의 말처럼 이것이 금융재벌의 음모는 아니겠지만 대중의 수리적 미숙함은 금융회사들에 분명 반가운 일이다.

상한가는 증시에서 가장 극적인 현상 중 하나다. 대중의 광기 탐욕 조급함 어리석음 속임수 같은 요소들이 상당 부분 포함된 극단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데이터를 조금만 길게 보면 상한가는 전혀 축복이 아니다.

지난 11년간 상한가는 총 11만여건 발생했다. 해가 가면서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2000년은 임의의 날에 12종목 중 하나가 상한가일 정도로 잦았고,2010년에는 81종목 중 하나로 그 빈도가 줄어들었다. 시간이 가면서 시장이 상대적으로 어른스러워지고 있다. 상한가 이후의 주가 흐름을 살펴보자.

우선 상한가 다음날은 상승 확률이 57%로 평균치보다 13%포인트 높다. 1주일 후 상승 확률은 평균치와 같아진다. 오를 때 많이 오르는 경우가 많아 상승폭은 3.64%로 평균치(0.35%)에 비해 훨씬 높다. 잔치는 이 정도에서 끝난다. 2주일 후의 상승 확률은 평균치 대비 2%포인트 낮고,1개월 후의 상승 확률은 평균치보다 6%포인트 낮다. 6개월 후의 상승 확률은 34%로 평균치 대비 무려 11%포인트나 낮다. 1주일 후부터 6개월 사이 수익률은 통상적인 종목보다 9.4%포인트 더 낮다. 1개월 이상의 관점에서 보면 상한가는 슬픈 뉴스다.

시장은 왜 상한가에 열광하는가? 상한가 발생 후 며칠간의 추이를 보면 대중이 흥분할 만한 자극적인 요소가 있다. 우선 상한가 발생 다음날 다시 상한가를 기록할 확률이 28%나 된다. 통상적인 상한가 확률보다 10.5배나 높다. 대략 두 번에 한 번꼴(45%)로 1주일 내에 다시 상한가를 기록한다.

상한가에 조건이 강화되면 힘이 더 세지기도 한다. '이틀 전 상한가였고 전날 시가와 종가가 일치'한 상태에서 맞은 상한가라면 강력하다. 전체 상한가 중 약 7%가 이에 해당한다.

강력한 상승의 힘이 3주간 유지된다. 다음날 상승 확률이 73%로 평균치 대비 29%포인트나 높다. 3주일 후의 상승 확률은 평균치와 같으나 급등 확률이 현저히 높다. 50% 이상 상승할 확률은 18%이고 50% 이상 하락할 확률은 3%에 불과하다. 두 배 이상으로 상승할 확률도 10%나 된다. 일반 종목의 3주 후 두 배 이상 상승 확률은 0.35%에 불과하니 거의 30배에 가깝다. 평균 수익률은 19.8%로 평균치 1.05%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애석하게도 이런 첫 3주간의 불꽃놀이는 그림의 떡에 가깝다. 당일 상한가가 하루 종일 유지되면 주식을 사기가 힘들다. 중간에 상한가가 깨지면 매수가 가능해진다. 그렇지만 이 경우 종가가 상한가로 돌아가지 못하면 예후는 치명적이다. 다음날 상승 확률은 35%에 불과하다. 1주일 후 상승 확률은 32%로 평균치보다 14%포인트 낮다. 평균 4.4%의 손실이 발생한다. 6개월 후의 상승 확률은 28%로 평균치 대비 17%포인트나 낮다. 통상적인 상한가도 당일 매수가 힘들고,상한가를 유지하지 못하면 예후가 아주 나빠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위와 같은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 해도 잔치는 평균 3주면 끝난다. 이때부터 에너지가 현저히 떨어져 6개월 후 상승해 있을 확률은 31%로 평균치 대비 14%포인트 낮아진다. 3주 후부터 6개월 사이의 수익률은 일반 종목보다 무려 21.1%포인트나 더 못하다. 평균 손실폭은 15%다. 가히 재앙에 가깝다.

상한가는 하한가보다 2.4배 더 자주 발생했다. 하루에 기업의 가치가 15% 상승하는 것은 건강한 움직임이 아니다. 상한가는 조합에 따라 강력한 확률적 우위를 몇 주간 제공하기도 하지만 매수하기가 쉽지 않고,쉽게 매수되면 예후가 재앙에 가까운 '빛좋은 개살구' 같은 것이다. '그림의 떡' 아니면 '썩은 고기'다.

문병로 <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moon@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