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 "내년 세종시 이전 늦추자"
김동연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이달 들어 거의 매일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내년 정부 예산에 대한 국회 심의를 받기 위해서다. 국장과 과장들도 대정부 질의와 부별 심사,예결위 질의응답 등 국회 심의 일정에 맞춰 자료를 싸들고 국회에서 살다시피하고 있다. 예산실 관계자는 "예산안 국회 본회의 통과가 예상되는 내달 초까지는 어쩔 수 없다"며 "세종시로 이전하는 내년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내년에 세종시로 이전해야 하는 중앙부처는 국무총리실과 재정부 국토해양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등이다. 재정부는 대통령선거가 내년에 있는 데다 예산 심의와 세제 개편 등 국회 일정을 이유로 빨라야 대선이 끝난 12월 중순 이후에야 이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세종시 이전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와의 협의에서도 예산안 심의와 세제개편안 등 국회 업무를 이유로 입주 시점을 최대한 늦출 수밖에 없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종시 이전에 따른 국회 업무 혼란은 이미 예고돼 있던 '악재'라는 점에서 재정부의 이 같은 사정이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총리실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내부적으로는 내년 5월부터 이전을 시작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가능한 한 늦게 내려가기 위해 고심 중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부처 장관들은 서울에 있는 상태에서 총리만 달랑 내려가는 게 말이 되느냐"며 "다른 부처와 업무 연계성이 없는 총무팀 등 관리부서부터 이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총리실과 재정부가 보조를 맞춰 12월 중순 이후에 함께 움직이는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들었다"며 "하지만 실질적인 이전은 2013년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세종시로 이전하는 공무원 중 70%가량이 아직 거처를 마련하지 못한 점도 걸림돌이다. 행정도시건설청이 국회에 제출한 2012년 이전 공무원 아파트 분양 현황'에 따르면 재정부의 이전 대상 공무원 927명 중 311명(33.5%)만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농식품부 국토부 환경부도 29~33%로 비슷한 수준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총리실은 25% 안팎에 불과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거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공무원들은 대전 공주 조치원 등 인근 도시에 전세나 월세를 구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