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살아나나 싶더니…'탱크'에 짓밟히다
미국팀의 프레드 커플스 단장이 와일드 카드로 타이거 우즈를 뽑은 것은 잘못된 선택으로 판명났다.

애덤 스콧(호주)과 최경주(41)가 짝을 이룬 인터내셔널팀은 우즈와 스티브 스트리커의 미국팀에 완승을 거뒀다. 스콧과 최경주는 17일 호주 멜버른 로열멜버른GC(파71)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 첫날 포섬경기(두 선수가 한 개의 볼을 번갈아 침)에서 우즈-스트리커조에 7홀차의 치욕스런 패배를 안겼다. 우즈조는 단 한 홀도 이기지 못하고 12번홀에서 경기를 끝내는 수모를 당했다.

온갖 비난을 무릅쓰고 우즈를 와일드 카드로 택한 커플스 단장은 우즈-스트리커조를 필승의 카드로 내세웠다. 우즈와 스트리커는 200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회에서 4전 전승을 거두며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호주오픈에서 되살아나는가 싶었던 우즈의 샷은 들쭉날쭉했고 대회 직전 목 통증을 호소해 오던 스트리커 역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반면 최경주와 스콧은 서로의 실수를 보완해주며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쳤다. 그레그 노먼 단장은 18홀 내내 스콧과 최경주를 따라다니며 격려하고 관중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우즈에게 해고당한 뒤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킨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는 완벽한 조언으로 인터내셔널팀의 승리를 거들었다.

2번홀(파5)에서 최경주의 284야드 티샷에 이어 스콧이 223야드를 남겨두고 '2온'에 성공하며 2퍼트로 버디를 낚아 앞서나갔다. 5번홀(파3)에서는 우즈조의 보기로 2홀차로 앞섰고 6번홀(파4)에서는 최경주가 2.4m 버디를 성공시켜 3홀차로 격차를 벌렸다. 다급해진 우즈조는 추격에 나섰으나 7번홀(파4)에서 우즈의 티샷이 우측 숲으로 들어가면서 기가 꺾이고 말았다. 스트리커는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고 이 홀의 패배로 4홀차가 됐다.

패색이 짙은 우즈조는 8번홀에서도 샷 감각이 되살아나지 않았다. 우즈의 두 번째 샷은 홀을 훌쩍 지나쳐버렸다. 최경주가 1.8m 버디를 놓쳐 간신히 무승부가 됐다. 9번홀에서는 최경주와 스트리커의 샷이 모두 벙커에 들어가면서 '벙커샷 대결'이 펼쳐졌다. 스콧은 환상적인 벙커샷으로 홀 바로 옆에 멈춰 세웠으나 우즈의 벙커샷은 3m 이상 멀어지며 5번째 패배를 허용했다.

12번홀에서는 최경주가 2m 버디를 마무리지으면서 6개홀을 남겨두고 7홀차 대승을 거뒀다. 우즈는 경기 후 "초반에 격차가 너무 벌어져 따라잡을 수 없었다. 코스가 너무 어려워 샷을 뜻대로 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스콧-최경주의 승리는 인터내셔널팀의 유일한 승리였다. 김경태와 양용은조는 헌터 메이헌-데이비드 톰스조에 6&5(5개홀을 남겨두고 6홀차)로 대패했다.

미국팀은 버바 왓슨-웹 심슨조가 어니 엘스(남아공)-이시카와 료(일본)조를 4&2로 이긴 데 이어 필 미켈슨-짐 퓨릭조가 레티프 구센(남아공)-로버트 앨런비(호주)조를 4&3으로 눌렀다. 인터내셔널팀은 애런 배들레이(호주)-제이슨 데이(호주)조가 두 홀을 남기고 2UP으로 앞섰으나 더스틴 존슨-매트 쿠차조에 마지막 2개홀을 내주며 아쉽게 무승부에 그쳤다. 제프 오길비(호주)-찰 슈워젤(남아공)조는 빌 하스-닉 워트니조와 비겼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