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조사만 하는데 법인세 내라니…" 中, 모든 사무소에 과세
중국 정부는 영리행위를 하지 않는 1인 사무소 등에 법인세를 일제히 부과한 것에 대해 "외국인들도 중국 법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수익사업을 하지 않는 게 명백한 KIET 등 연구기관이나 공공기관에까지 일괄적으로 법인세를 내라고 한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행정편의를 넘어 조세권력의 남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법인의 사무소가 영업행위를 하는지 확인한 뒤 과세 여부를 결정하는 한국과는 다르다.

◆영리활동 금지시키고 과세

중국은 그동안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무소에 법인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영리활동을 하지 않는 기관에 이익을 기준으로 하는 법인세를 부과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세무당국은 지난해 3월 모든 사무소에 대해 매출 매출원가 경비 등 세 가지 중 하나를 기준으로 법인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규정이 모호하고 현실적으로 적용에 문제가 있어 지난해에는 실시되지 않았을 뿐이다.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사무소는 매출이나 매출원가 추계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경비를 기준으로 세금을 낼 수밖에 없다. 세무당국의 기준에 따르면 경비에는 △급여 및 보너스 △보조금 △복리비 등 임금과 △출장비 △건물 및 설비 임대료 등 사무소가 사용하는 예산 대부분이 포함된다. 세금 계산은 사무소의 종류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평균적으로 경비의 10% 안팎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국세청은 외국 기업의 한국사무소가 실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고 확인될 경우 법인세를 부과해왔다. 국세청 관계자는 "영업활동 가능성이 의심되는 사업장에 직접 현장조사를 나가 실태를 파악한 뒤 세금을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처럼 모든 사무소에 일률적으로 세금을 부과한 뒤 소명을 듣는 방식은 이례적이다. 조영애 P&D회계법인 대표회계사는 "중국의 법에도 사무소는 영리활동을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그런데도 법인세를 내라고 요구하고 소명을 하라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용 부담으로 철수도 검토

현재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관 중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KOTRA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수출보험공사 한국관광공사 등 7개 기관은 한 · 중 조세협정에 따라 법인세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이들을 제외한 모든 주중 대표사무소가 법인세 과세 대상에 포함됐다.

한 기업 관계자는"외국인들도 5대 사회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최근 사회보험규정이 바뀐 데 이어 1년 경비의 10%가량을 세금으로 내게 되면 철수를 검토하는 사무소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달 15일 외국인들도 양로 · 의료 · 산재 · 실업 · 출산보험 등 5대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사회보험법을 발효시켰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