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패션의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는 내년 봄 · 여름 시즌부터 '펑크 플러스'란 이름의 새 라인을 내기로 했다. 기존 라푸마 제품과 달리 청바지에 잘 어울리는 '운동화' 스타일의 신발과 도심에서 입을 수 있는 재킷과 셔츠 바지 등이 주력 제품이다. 사실상 라푸마란 이름으로 캐주얼 및 스포츠웨어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스포츠웨어의 쌍두마차인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반대로 아웃도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나이키는 등산 자전거 서핑 등 아웃도어 활동에 적합한 '액션 스포츠 6.0' 라인을 개발,최근 롯데 광복점 등에 '숍인숍' 형태로 들여놓았다. 아디다스는 지난해 론칭한 '아디다스 아웃도어' 라인을 단독 점포로 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역 확장하는 아웃도어

아웃도어 vs 캐주얼 '영역 빼앗기' 전쟁
패션업계에 '영역 빼앗기'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산'에 있던 아웃도어가 '땅'으로 내려오면서 캐주얼 스포츠 골프웨어 시장을 잠식하자,비(非) 아웃도어 업체들이 '타도 아웃도어'를 내걸고 반격에 나섰다. 복종 간 '영역 침범'이 가속화되면서 2~3년 전만 해도 전혀 다른 시장이었던 아웃도어 스포츠 캐주얼 골프웨어가 사실상 10조원이 넘는 '하나의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비'는 아웃도어가 먼저 걸었다. 등산용만으론 성장에 한계를 느낀 아웃도어 업체들이 앞다퉈 일상복 스타일의 옷을 내놓으며 영역 파괴에 나선 것.노스페이스가 올봄부터 선보인 '노스페이스영' 매장이 대표적인 예다. 10~20대 젊은층을 타깃으로 만든 노스페이스 영은 아웃도어의 기능성을 담은 것만 빼면 캐주얼 및 스포츠웨어와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 매장을 백화점 아웃도어존이 아닌 스포츠나 캐주얼존에 낸 것도 이 때문이다. 김주성 롯데백화점 스포츠 담당 과장은 "노스페이스영의 경쟁 브랜드는 코오롱스포츠나 K2가 아닌 스포츠 브랜드와 캐주얼 브랜드"라고 말했다.

노스페이스뿐만 아니다. 코오롱은 올봄 '트래블 라인'을 내며 캐주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고,K2는 올 가을 · 겨울 시즌을 겨낭, 캐주얼 풍의 '컴포트 라인' 제품 수를 작년보다 30% 이상 늘렸다. 에이글과 네파는 직장인 출 · 퇴근복 시장을 잡기 위해 재킷 위에 걸쳐입을 수 있는 트렌치 코트 제품을 내놓았다.

◆반격 나선 스포츠 · 캐주얼 · 골프

아웃도어 vs 캐주얼 '영역 빼앗기' 전쟁
최근 몇 년간 '아웃도어 돌풍'에 휩쓸렸던 비 아웃도어 진영들도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에 나섰다.

아디다스는 지난 9일 독일 본사가 인수한 아웃도어 브랜드 '파이브 텐'을 국내로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브 텐과 아디다스 아웃도어를 한데 묶어 매장을 낸다는 구상이다. 아디다스코리아 관계자는 "파이브 텐은 아디다스 아웃도어에는 없는 암벽등반용 '릿지화' 등 전문 산악 제품이 많은 만큼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캐주얼 업체들도 '영역 빼앗기' 바람에 동참하고 있다. 중 · 저가 캐주얼 시장의 강자인 코데즈컴바인이 올봄 '코데즈컴바인 하이커'로 아웃도어 시장에 뛰어든 데 이어 내년 봄에는 '정통 캐주얼의 제왕'인 제일모직 빈폴도 가세한다.

LG패션의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는 같은 회사 내에 아웃도어 브랜드(라푸마)가 있는 점을 감안, 스포츠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8월 서울 양재동 하이브랜드 1층에 낸 '헤지스 스포츠' 1호점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40개 점을 내기로 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