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장에 박병원 전 경제수석이 내정됐고, 마사회 회장에는 장태평 전 농림부 장관이 임명됐다. 공석인 주택금융공사 사장엔 국토부 출신 인사가 유력하다. 이른바 전관들의 대약진이다. 연내 임기가 끝나는 금융관련 협회 · 유관기관과 금융 공기업의 CEO 감사 상임이사 자리만도 줄잡아 50개에 육박한다고 한다. 전관들끼리는 물론 전 · 현직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해 민간은 낄 틈도 없다.

금융뿐만이 아니다. 장 · 차관들의 로펌행은 아예 퇴직 후 필수코스였다. 고위직 전관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자릿값'을 했다는 게 로펌들의 얘기다. 국토부나 공정위처럼 산하에 협회를 신설하거나 임원 자리를 새로 만들어내는 것도 신종 일자리 창출기법이다. 교육부 출신은 대학에, 교육청 출신은 학원에 둥지를 튼다. 지경부가 수습 사무관들의 선호 부처인 것도 갈 자리가 많고 승진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판국이다. 이도저도 아니면 만만한 사외이사 자리도 있다. 상장사 367곳이 올해 정기주총에서 선임한 사외이사 614명 중 관료 출신이 23.2%(143명)나 됐다. '용도'가 확실한 국세청 출신(22명)이 가장 많았다. 최근 감사원이 부쩍 부지런해진 것도 금융회사 감사자리를 노린 작전이라는 눈총을 받고 있다.

한 취업포털에 따르면 공무원의 이미지로 철밥그릇(27.3%)과 직업안정(24.2%)이 꼽혔다. 철밥통에다 퇴직 후 재취업까지 보장되니 공무원 시험장마다 미어터지는 게 당연하다. 그 이유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고 뿌리깊은 전관예우임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정부의 시장 개입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니 전관예우는 너무도 당연하다.

정부와 관료들이 모든 것을 틀어쥐고 있는 터여서 민간은 자발적으로라도 그런 분들을 모셔간다. 정치가 갈등과 반목, 생떼로 일관하는 동안 관료들은 아무런 견제없이 열심히 문전옥답을 일구고 있다. 오히려 각종 시장개입 입법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관료와 정치인은 공생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건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아예 관료공화국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관료공화국은 거의 완성단계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