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와 언론계, 법조계 등 각계 인사 300명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조속히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17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국민의 삶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선언문을 통해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한미 FTA 체결은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며 "세계 경제위기로 수출시장이 위축되고 보호주의가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에 유리하게 접근할 소중한 기회를 우리 스스로 포기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할 일은 비준안 통과로 타격을 입는 산업에 대한 대책을 확실하게 점검하고 이들의 시름을 덜어주는 일"이라며 "비준을 미룰수록 국익은 훼손되고 사회적 갈등은 심해질 수 밖에 없다"고도 지적했다.

선언문에는 박진근 연세대 명예교수와 남덕우 전 국무총리, 유세희 한양대 명예교수, 소설가 복거일 씨 등 학계와 언론계, 법조계 등 인사 등이 참여했다.

이날 박희태 국회의장은 FTA 비준을 놓고 여ㆍ야 간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자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를 불러 면담을 갖고 "이명박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재협상 요구를 하고, 이를 관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하면 민주당의 우려는 불식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의장은 "재협상은 협정 발효후 어느 일방의 당사국이 요구하면 상대방은 거기에 반드시 따르게 돼 있는 조약상, 법령상의 의무인 '머스트'(must)"라면서 "내가 우려했던 것은 우리나라에서 재협상 요구를 안 할까봐 걱정했는데 이 대통령이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김 원내대표를 향해 "민주당은 정말로 한미FTA 비준안을 (통합)전당대회 전에 처리할 용의가 있느냐, 없느냐"고 물었다.

또 "이 대통령의 제안이 수용이 안 된다고 하니까 나도 허탈해 뭘 어떻게 더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대통령이 특별한 사안을 갖고 국회에 와 1시간 30분 동안이나 협의를 한 적이 없었다. 그 정도로 나도 나름대로 노력을 했는데 이제는 정말 태산이 앞을 막아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화답이 여의치 않아서 오늘 우리 의총도 방향이 어떻게 잡힐지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수습해서 여야가 함께 가야 하는 이 길을 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김 원내대표는 "ISD 폐기 여부에 관한 협상을 하려면 미 행정부가 의회와 협의 를 거쳐야 한다"면서 "우리 대통령이 요구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대통령이 의지를 밝힌 만큼 통상교섭본부장이 양국간 합의를 문서로 받아오면 일단락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민주당은 ISD에 대한 재협상 개시를 약속하는 한ㆍ미 정부의 서면합의를 요구하며 이 대통령이 전날 제안한 '한미 FTA 선(先)발효-후(後)협상'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서면합의 요구는 "대통령을 믿지 못한다는 모욕에 가까운 것"이라며 비준동의안을 강행처리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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