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기대수명은 꾸준히 늘어 2008년 처음으로 80세를 넘겼으며 증가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장수국가가 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소득의 유지다. 은퇴 후 30년 가까운 기간을 살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은퇴 후 생활자금을 마련하는 세 가지 기둥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이다. 이 중 국민연금의 경우 고령화·저출산 추세로 재정상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잘 관리해야 한다.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회사에 다니는 동안 발생하는 퇴직급여를 퇴직할 때 일시금으로 수령하거나 노후에 연금으로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운용과 지급방식에 따라 회사가 운용책임을 지는 확정급여형(DB형), 근로자 개인이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형), 퇴직금을 본인명의 계좌에 적립하는 개인퇴직계좌(IRA)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DB형은 회사가 퇴직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맡겨 운용한다. 회사가 사업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근로자는 적립금을 운용하는 수고가 덜어진다. 근로자가 받을 퇴직급여가 고정돼 있고, 운용수익이나 손실은 회사 몫이다. 퇴직연금 운용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손실분에 대해서는 회사가 책임을 지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인 퇴직소득 재원 마련에 효과적이다.

DB형에 의한 퇴직금은 퇴직 때 30일 분의 평균임금에 근속 연수를 곱해서 계산한다. 따라서 퇴직금을 늘리기 위해서는 근속 연수가 길거나 퇴직 시의 평균임금이 높아야 한다. 입사 후 퇴직 때까지의 평균임금이 얼마나 상승했는지를 나타내는 임금상승률이 퇴직금 규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에 파산위험이 없는 안정된 직장이거나 임금 상승률이 높은 기업, 투자성향이 보수적인 근로자가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DC형은 회사가 퇴직금을 근로자의 개별계좌에 적립해주면 근로자가 이를 직접 운용한다. 운용실적이 좋으면 더 많은 급여를 받지만 운용을 잘못하면 손실도 고스란히 근로자가 지게 된다. 근로자가 추가납입을 할 수 있다.

추가납입분에 대해 개인연금을 포함해 연 400만원 한도에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DC형은 파산위험 및 임금체불 위험이 있는 기업이나 직장이동이 빈번하고 투자성향이 공격적인 근로자가 선택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