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업체 A사엔 요즘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슬림 다운'이 인기를 끌자 올해 물량을 50%나 늘렸는데,'따뜻한 11월'과 '소비심리 위축' 탓에 매출이 작년만도 못해서다. 12월이 되면 소비자들이 두툼한 '헤비 다운'으로 눈을 돌리는 만큼 지금 못 팔면 '떨이' 처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결국 이 업체는 최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업체와 함께 백화점들을 찾아 "송년 세일기간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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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고객 구매건수 석 달째 '뒷걸음'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 빅3가 사상 처음으로 '17일짜리 초장기 송년 행사'에 들어간다. 소비심리 위축과 포근한 초겨울 날씨로 인해 겨울 옷 판매에 타격을 입자 당초 오는 25일부터 내달 4일까지 진행하려던 세일기간을 내달 11일까지 1주일 연장한 것이다. 송년 세일은 정기 세일(1,4,7,10월)과 달리 백화점들이 경기 상황에 따라 1990년대 중반 이후 비정기적으로 진행해온 행사다. 열흘 넘게 송년세일을 진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맘때면 각 패션업체들이 준비한 겨울옷의 40% 이상이 판매돼야 정상인데 올해는 30%도 팔지 못한 업체가 수두룩하다"며 "이로 인해 이달 들어 백화점 매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포근한 날씨만 문제였다면 굳이 세일기간을 늘리지 않더라도 12월 매출이 자연스럽게 늘면서 부진했던 '11월 몫'까지 채워주겠지만,지금은 소비자들이 '씀씀이 줄이기'에 나선 상황이어서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란 설명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8%대를 유지했던 국내 백화점들의 매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9월 6.5%,10월 3.1%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물가 상승에 따른 제품가격 인상 탓에 1인당 구매 단가는 전년 동월보다 소폭 높아졌지만,구매 건수가 8월부터 3개월 연속으로 줄어든 게 원인이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좋을 때는 한번 방문할 때 여러 벌 사는 고객이 많았는데 요즘은 꼭 필요한 아이템 1개만 구입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현장에선 올 여름이 지나면서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든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백화점들은 이렇게 시작된 경기침체가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꼭 필요하지 않은 비용지출을 줄이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갔다. 일부 백화점은 내년 매출 성장률 목표(기존점 기준)도 아예 한 자릿수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