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의 초기 선교를 주도했던 파리외방전교회(外方傳敎會)의 조르주 콜롱 총장신부(58 · 사진)는 19일(현지시간)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파리 시내 뤼 뒤 바크의 전교회 본부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한국 가톨릭교회는 매우 역동적이고 살아 있다"며 선교 200여년 만에 신자 수가 500만명을 넘어선 한국 천주교의 활력에 주목했다.
1658년 프랑스 최초의 해외 선교단체로 설립된 파리외방전교회는 초기 한국 천주교가 기틀을 잡는 데 크게 기여했다.
170여명의 선교사가 조선에 파견돼 그중 24명이 순교했으며 조선에 입국한 첫 서양인 사제였던 모방 신부를 비롯한 10명은 한국 순교 성인 103위에 포함됐다.
"한국에 파견된 선교사들의 순교는 교회의 초석을 다지는 고귀한 희생이자 자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할 일도 많아요. 북한과 미얀마 등도 그런 희생이 따라야 할 곳으로 남아 있습니다. 개방됐다고는 하지만 중국에도 아직 들어가지 못하고 있고요. "
한국 가톨릭 교회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 가톨릭 교회가 외형적으로는 크게 성장했지만 외형에만 신경쓰다가는 자칫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며 "북한 선교 등 새로운 모델과 주제를 찾아 가톨릭의 가치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립 후 아시아지역에 4000여명의 선교사를 보내 170여명의 순교자를 배출한 파리외방전교회는 현재 많이 위축된 상황이다.
소속 사제는 한국에서 활동 중인 12명을 포함,모두 280명.사제 지원자가 적은 유럽 현실에서 전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말레이시아,태국,캄보디아 등 아시아에 내보낸 선교사가 작년에 5명,올해 7명에 그쳤다.
콜롱 총장신부는 선교사들의 사진과 유품 등이 있는 전교회 본부 지하 박물관도 소개했다.
김대건 신부와 다블뤼 · 앵베르 주교,모방 신부 등의 사진과 필사본 성경 등이 눈길을 끌었다. 콜롱 총장신부는 전시실 벽에 걸린 피흘리는 예수 그림을 가리키며 "예수님은 선교를 위해 당신을 희생한 첫 순교자였고 전교회의 선교사들은 그분의 뒤를 따르는 제자들"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선교사들의 순교 소식을 듣고 이곳 신학생들이 불렀다는 찬미가 '테 데움(Te Deum)'을 들려줄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테 데움'은 다 기억하지 못한다"며 찬미가 '살베 레지나(Salve Regina)'를 대신 들려줬다.
"우리들의 보호자 성모님,불쌍한 저희를 인자로운 눈으로 굽어보소서.귀양살이 끝날 그때 당신의 아드님,우리 주 예수님 뵙게 하소서."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