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영 노하우로 지구촌 돕겠다"
"기업에서 얻은 경영 노하우를 세계 각국에 있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쓰고 싶습니다. "

양호승 CJ제일제당 신규개발사업담당 부사장(64 · 사진)이 사회사업가로 거듭났다. 최근 국내 최대의 국제구호개발기구 한국월드비전이 처음으로 실시한 회장 공모제에서 임기 3년의 차기 회장으로 뽑힌 그는 내년 1월부터 이 단체를 이끌게 된다. 한국월드비전에서 기업인 출신이 회장이 된 건 1950년 미국인 선교사 밥 피어스 목사와 한경직 목사가 이 단체를 설립한 이후 처음이다.

양 부사장은 20일 기자와 만나 "오래전부터 사회공헌 사업에 뛰어들고 싶었다"며 "35년 기업생활 경험을 살려 구호활동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농대를 나와 미국 미네소타대(영양생화학)와 일리노이주립대(경영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식품 · 생물공학 박사학위를 땄다. 미국 IBM 왓슨중앙연구소 연구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SK그룹 기획관리실장과 회장실 상무,SK케미칼 생명과학연구소장을 지냈다. 미국 센시엔트테크놀로지스에서 10년 동안 마케팅 · 기술총괄 부사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민간기업이 연봉을 많이 주는데 남아 있고 싶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양 부사장은 "가진 것이 많아질수록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2007년 CJ제일제당으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미국에서 귀국할 때 딱 가방 두 개만 들고 왔습니다. 머지않아 사회공헌에 나서겠다고 다짐했기에 간소하게 살 생각이었죠.그런데 한국 생활을 하다 보니 짐이 다시 늘어났어요. "

더 늦출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본격적인 사회공헌활동에 나섰다. 중국 옌볜과학기술대 겸임교수로 일하던 2007년 평양과기대 설립추진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했다. 내년 3월에는 설립추진위원 업무차 북한에 입국,장기간 체류하며 주민들을 위해 봉사할 계획까지 세웠다. 한국월드비전 회장직을 받아들임에 따라 입북은 보류됐지만 그는 북한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있는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월드비전 활동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국월드비전은 지난 9년 동안 후원액 규모가 3배 커졌다. 100여개의 국가별 월드비전 중 7~8위였다가 지금은 4위로 올랐다. 이에 따라 세계 월드비전에서 지도적 역할을 맡게 됐다. 양 부사장은 글로벌 사업을 오랫동안 한 경험을 살려 국제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데 나설 생각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이라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월드비전에 더 잘 맞는다.

한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강화도 목표로 세웠다. CSR을 강화하려는 기업에 한국월드비전이 컨설팅을 해주거나 인력을 파견하는 방안 등을 생각하고 있다. 각종 노하우가 쌓이면 'CSR 싱크탱크'로서의 역할도 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최근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CSR에 부쩍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월드비전이 이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