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 미국팀 '에이스' 심슨 제압 파란
김경태, 미국팀 '에이스' 심슨 제압 파란
아직 정식으로 미국 무대에 데뷔하지도 않은 김경태(25).그는 일본 투어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며 세계랭킹 24위에 올라,최경주(41) 양용은(39)을 능가하는 한국의 차세대 에이스로 당당히 부상하고 있다. 미국 국가대표와 인터내셔널대표(유럽 제외)가 맞붙은 2011 프레지던츠컵은 이를 입증하는 무대가 됐다.

김경태는 20일 호주 멜버른의 로열멜버른GC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싱글매치플레이에서 올해 PGA투어에서 2승을 올리며 '올해의 선수상' 후보로 뽑힌 웹 심슨을 한 홀차로 제압하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심슨이 4,5번홀에서 연거푸 보기를 범하자 2홀차로 앞서가던 김경태는 7번홀(파4)에서 197야드를 남겨두고 두 번째 샷을 홀 1m 옆에 멈추는 컴퓨터샷으로 컨시드를 받아 3홀차 리드에 나섰다.

전열을 가다듬은 심슨은 8번홀에서 김경태가 보기를 하는 사이 파를 기록해 2홀차로 좁혔다. 김경태는 10번홀에서 176야드 지점에서 환상적인 아이언샷으로 홀 1.2m 옆에 붙여 심슨을 압박했다. 그러자 심슨은 15m짜리 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정상급 선수다운 저력을 과시했다. 김경태 역시 흔들리지 않고 1m 버디를 성공시켰다.

그러나 막판에 위기가 찾아왔다. 15번홀(파5)에서 심슨이 1m 버디를 잡아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16번홀(파4)에서는 김경태의 티샷이 밀리며 우측 관중석으로 날아갔고 무벌타 드롭을 한 뒤 우드로 친 두 번째 샷마저 그린 옆 벙커로 갔다. 벙커샷이 홀을 스치며 2.4m 지점에 멈췄으나 파 퍼트가 홀벽을 맞고 튀어나오고 말았다. 심슨은 페어웨이에서 아이언으로 2온에 성공한 뒤 2퍼트로 파를 기록하며 극적인 동률을 이끌어냈다.

나이답지 않게 노련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경태는 17번홀(파4)에서 3m 버디를 성공시키며 다시 심슨에게 한 홀 앞섰다. 마지막 18번홀에서 김경태의 10m 버디 퍼트는 1.8m가량 지나쳤다. 승부를 결정짓는 살떨리는 파퍼팅을 성공시킨 김경태는 주먹을 불끈 쥐었고 그레그 노먼 단장을 껴안고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김경태는 전날 양용은과 짝을 이뤄 타이거 우즈-더스틴 존슨 조를 제압하는 데도 결정적인 샷을 성공시켰다. '올 스퀘어(All Square)'로 팽팽히 맞서던 15번홀에서 8.5m짜리 '클러치 버디 퍼트'를 떨궈 우즈-존슨 조에 결정타를 날린 것.우즈는 이 홀에서 3m 거리의 버디 퍼트에 실패해 고개를 떨궜다.

김경태는 2015년 한국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의 에이스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4년 뒤면 최경주와 양용은은 노장 선수가 돼 출전 자체가 불투명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김경태가 올해 일본투어 상금왕이 유력한 배상문(25) 등과 함께 프레지던츠컵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경태의 라이벌인 이시카와 료(일본)도 이날 버바 왓슨을 3&2로 제압하며 종합전적 2승2패로 김경태와 동률을 이뤘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함께 '차세대 골프 황제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제이슨 데이(호주)가 1승1무3패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데이는 이날 헌터 메이헌에게 5&3으로 패했다. 우즈는 마지막날 애런 배들리(호주)를 4&3으로 제압했다. 2승3패를 거둔 우즈는 프레지던츠컵에서 가장 먼저 통산 20승(14패1무)을 채운 선수가 됐다.

최경주는 닉 와트니에게 3&2로 패했고 양용은은 스티브 스트리커에게 2&1로 졌다. 인터내셔널팀은 유일한 승리를 거둔 코스에서 13년 만에 우승컵에 도전했으나 다시 한 번 무릎을 꿇었다. 미국은 19-15로 4점차 승리를 거두며 대회 4연패를 달성했으며 역대전적 7승1무1패를 기록하게 됐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