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회사채 발행 '출혈경쟁'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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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회사채 투자 손실 배상 '파장'
신용등급 낮은 中企, 발행 더 어려워져
키움증권 "과중한 책임 부당…즉각 항소"
신용등급 낮은 中企, 발행 더 어려워져
키움증권 "과중한 책임 부당…즉각 항소"
기업 실사를 제대로 못해 투자자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회사채 발행을 주관한 증권사가 상당 책임을 져야 한다는 '성원건설CB 판결'은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휴지'로 전락한 회사채를 들고 있는 투자자의 유사소송이 잇따르는 한편 회사채 시장이 위축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재판부가 CB투자 피해액의 60%를 증권사에 물린 것도 논란이다.
◆키움증권 "항소할 것"
성원건설이 무보증 전환사채(CB)를 발행한 것은 2009년 9월께다. 키움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360억원을 성공적으로 조달했다. 하지만 성원건설은 임금체불에 따른 노조파업과 부도 등 파행을 겪다 결국 지난해 3월 주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에서 퇴출대상인 D등급을 받아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때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전환사채는 주가가 미리 정한 전환가를 웃돌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고,주식 전환을 하지 않으면 채권처럼 확정한 금리를 받는 채권으로 아직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CB를 그대로 들고 있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현재 채권으로 남은 금액은 약 150억원이다.
CB투자로 피해를 본 유모씨는 소장에서 "회사채 발행 당시 성원건설은 60억원의 임금을 체불하고 본사 건물에 대해서는 경매가 진행 중이었다"며 "사업장은 공사가 중단돼 계약금과 중도금을 반환할 정도의 부실기업의 CB발행을 강행한 책임은 주관 증권사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키움증권 측은 "CB 발행 직전인 8월에 기업 실사를 진행했는데 임금 체불을 성원건설이 고의로 누락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유사소송 잇따를 듯
법원이 투자자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향후 비슷한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LIG건설이 지난 2~3월 발행한 기업어음(CP)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LIG건설의 CP를 매수한 투자자들도 지난 3월 이를 판매한 우리투자증권을 상대로 법원에 53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우리투자증권의 직원이 투자 권유시 부도 위험 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판매했다는 주장이다.
회사채 발행과 관련해 법원이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각종 규제도 강화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7일 '회사채 발행시장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증권사의 투자은행(IB) 업무 활성화와 회사채 발행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조치로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 대표 주관사인 증권사가 반드시 회사채 발행기업의 경영실적 등을 실사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금감원은 기업실사에 관한 모범규준을 마련하기 위해 증권사의 회사채 인수업무 실태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부실한 회사채 발행 주관이 투자자들의 손해배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증권사의 회사채 발행 기업에 대한 실사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채 시장 위축 우려
증권사들은 이 같은 추세에 대해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라고 환영하면서도 발행사 위주의 회사채 구조를 고치지 않고선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회사채 발행 시장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발행사의 기업가치와 위험을 분석하고 실사하는 주관사 본연의 역할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단기 실적을 올리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증권사들은 62개에 달하는 데 비해 국내 회사채 발행 시장은 협소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회사들은 100개도 채 안된다"고 말했다.
증권사가 위험평가보다는 물량확보를 위한 가격경쟁에 몰두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한번 거래 관계를 뚫어놔야 다시 일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증권사들 사이에선 '수수료 녹이기' 관행까지 발생하고 있다. 증권사가 발행시장에서 비싼 값(저금리)에 회사채를 인수한 뒤 자신의 수수료 수입까지 포기해가며 헐값(고금리)에 되파는 현상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이달 18일까지 누계) 'BB+이하' 등급 채권의 발행액은 3403억원으로 전체 회사채 중 0.54%에 불과했다.
박동휘/김은정 기자 donghuip@hankyung.com
◆키움증권 "항소할 것"
성원건설이 무보증 전환사채(CB)를 발행한 것은 2009년 9월께다. 키움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360억원을 성공적으로 조달했다. 하지만 성원건설은 임금체불에 따른 노조파업과 부도 등 파행을 겪다 결국 지난해 3월 주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에서 퇴출대상인 D등급을 받아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때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전환사채는 주가가 미리 정한 전환가를 웃돌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고,주식 전환을 하지 않으면 채권처럼 확정한 금리를 받는 채권으로 아직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CB를 그대로 들고 있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현재 채권으로 남은 금액은 약 150억원이다.
CB투자로 피해를 본 유모씨는 소장에서 "회사채 발행 당시 성원건설은 60억원의 임금을 체불하고 본사 건물에 대해서는 경매가 진행 중이었다"며 "사업장은 공사가 중단돼 계약금과 중도금을 반환할 정도의 부실기업의 CB발행을 강행한 책임은 주관 증권사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키움증권 측은 "CB 발행 직전인 8월에 기업 실사를 진행했는데 임금 체불을 성원건설이 고의로 누락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유사소송 잇따를 듯
법원이 투자자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향후 비슷한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LIG건설이 지난 2~3월 발행한 기업어음(CP)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LIG건설의 CP를 매수한 투자자들도 지난 3월 이를 판매한 우리투자증권을 상대로 법원에 53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우리투자증권의 직원이 투자 권유시 부도 위험 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판매했다는 주장이다.
회사채 발행과 관련해 법원이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각종 규제도 강화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7일 '회사채 발행시장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증권사의 투자은행(IB) 업무 활성화와 회사채 발행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조치로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 대표 주관사인 증권사가 반드시 회사채 발행기업의 경영실적 등을 실사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금감원은 기업실사에 관한 모범규준을 마련하기 위해 증권사의 회사채 인수업무 실태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부실한 회사채 발행 주관이 투자자들의 손해배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증권사의 회사채 발행 기업에 대한 실사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채 시장 위축 우려
증권사들은 이 같은 추세에 대해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라고 환영하면서도 발행사 위주의 회사채 구조를 고치지 않고선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회사채 발행 시장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발행사의 기업가치와 위험을 분석하고 실사하는 주관사 본연의 역할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단기 실적을 올리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증권사들은 62개에 달하는 데 비해 국내 회사채 발행 시장은 협소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회사들은 100개도 채 안된다"고 말했다.
증권사가 위험평가보다는 물량확보를 위한 가격경쟁에 몰두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한번 거래 관계를 뚫어놔야 다시 일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증권사들 사이에선 '수수료 녹이기' 관행까지 발생하고 있다. 증권사가 발행시장에서 비싼 값(저금리)에 회사채를 인수한 뒤 자신의 수수료 수입까지 포기해가며 헐값(고금리)에 되파는 현상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이달 18일까지 누계) 'BB+이하' 등급 채권의 발행액은 3403억원으로 전체 회사채 중 0.54%에 불과했다.
박동휘/김은정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