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신한은행 "철저한 현지화로 5년 내 외국계 1위 되겠다"
은행들이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했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외국 진출을 중단한 지 3년 만이다. 이전에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교포를 주로 상대했다면 요즘은 현지 기업과 소비자도 함께 공략한다는 게 달라진 점이다. '금융 한류(韓流)'의 현장을 다녀왔다.

"향후 5년 내 베트남 최고의 외국계 은행으로 올라서겠습니다. "(최흥연 신한비나 법인장)

베트남 호찌민 중심가 뉴엔띠민카이 거리에 자리잡은 두 개의 신한은행 현지 법인은 요즘 통합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두 개의 신한은행 현지 법인은 신한비나와 신한베트남은행.신한비나는 옛 조흥은행 현지 법인이며 신한베트남은행은 통합 신한은행 현지 법인이다.

신한금융은 2006년 국내에서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을 통합한 이후 베트남에서도 두 현지 법인을 합치는 작업을 해왔다. 그룹 내 마지막 통합 작업이다. 최근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통합 승인을 받았으며 오는 28일 합병을 완료하기로 했다.

신한비나 본점 입구에는 400여명에 이르는 직원 얼굴사진을 빼곡히 붙인 입간판이 서 있다. 얼굴사진 밑에는 현지 직원들이 직접 쓴 각오도 붙어 있다. '한 마음,한 팀(one spirit,one team)' '꿈이 실현될 것,최고 은행(dreams will come true,no.1 bank)'….

이태룡 신한베트남은행 호찌민센터장은 "두 은행 직원의 얼굴사진을 모두 붙였다"며 "동질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현지 법인을 합친 자산 규모는 10억달러.외국계 은행 중에서는 HSBC에 이어 2위다. 신한은행은 자산을 5년 내 두 배 이상 키우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HSBC를 따돌리고 1위에 오른다.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 해외 사업을 확대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국내 시장은 이제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해야 한다"며 "현재 3% 정도인 해외 수익 비중을 2015년까지 10%로 늘려야 한다"고 제시했다.

신한은행 베트남 법인은 현지에선 최대 한국계 금융회사다. 활동성 계좌만 2만5000개에다 지난 5월에는 신용카드 사업도 시작했다. 카드 이용 고객은 초기임에도 빠르게 늘고 있다. 다음달엔 호찌민 인근에 영업점 2곳을 추가로 개설,9개 네트워크를 갖춘다.

특히 신한비나의 경우 한국계 제조업체와 교포가 아닌 현지 고객 비중이 20%에 달하고 있다. 비결은 한국에서처럼 '고객을 먼저 찾아가는' 전략이었다. 우선 섬유 신발 등 각 제조업체 공장을 방문해 자동화기기(ATM)를 대거 설치했다. 거래 기업 및 소비자들이 호찌민 시내까지 직접 나올 필요가 없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현금을 선호하는 현지 정서를 감안,'매칭' 방식의 적금 상품을 선보였다. 베트남에서는 최초로 '종이 통장'을 만들어 근로자들이 돈이 이자와 함께 차곡차곡 쌓이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은 베트남 법인 통합 이후 현지 기업 및 소비자에 대한 영업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동남아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한은행은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 공략도 적극 진행하고 있다. 현재 현지 은행 한 곳과 인수 · 합병 논의를 벌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인수가 끝나면 중국과 중앙아시아(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동남아시아를 잇는 '아시아 벨트'가 구축될 것이라고 서 행장은 설명했다.

호찌민=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