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작은 오리온, 시총은 농심의 3배…왜?
올 상반기 매출 1조8217억원을 올린 금호타이어와 6623억원을 낸 넥센타이어 가운데 시가총액은 어디가 더 클까. 정답은 넥센타이어다. 넥센타이어의 시총은 2조28억원(18일 기준)으로 전체 98위,금호타이어는 1조1075억원으로 140위다. 특히 넥센타이어는 지난 5월12일 금호타이어를 제친 뒤 현재 시총 격차를 8953억원까지 벌렸다.

증시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경쟁 업체보다 주가(기업 가치)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기업들이 눈길을 끈다. 같은 업종 내에서는 대부분 업황이나 외부 변수에 따라 주가가 동행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들은 높은 성장성과 실적 호전을 앞세워 차별화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오리온 CJ오쇼핑 LG생활건강 등이 대표 종목으로 꼽힌다.

◆주가는 미래 '성장성'을 반영?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넥센타이어 시총 순위는 8월1일 125위에서 98위로 27계단 껑충 뛴 반면 금호타이어는 132위에서 145위로 13계단 추락했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매출은 금호타이어가 세 배 가까이 많지만 넥센타이어는 적극적인 공장 증설이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해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며 "내년 3월 창녕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 성장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오리온도 중국시장에서의 높은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최근 음식료업종 내에서 기업 가치가 눈에 띄게 올라가고 있다. 경쟁 업체인 롯데제과와 농심보다 매출이나 이익 규모는 작지만 시총 순위는 51위로 크게 앞서 있다. 시총 규모도 3조1788억원에서 3조8711억원으로 21.7% 불어났다. 지기창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올 9월 오리온의 중국 매출은 내수를 처음으로 추월해 내년부터는 연간 기준으로도 중국이 국내를 넘어설 전망"이라며 "중국 내 이익 규모가 연간 40~50%씩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 속도가 상승 모멘텀

8월 이전까지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시총은 엎치락뒤치락했다. 7월6일 이후엔 LG생활건강이 업계 시총 1위를 굳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는 두 업체 간 2조원 이상 차이가 난다.

김민정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의 최근 3년간 매출 성장률은 평균 28%로 10% 선인 아모레퍼시픽보다 세 배 가까이 높다"며 이를 주가 상승 배경으로 꼽았다.

LG생활건강은 올해 외형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을 제칠 전망이다. 3분기 누적 실적이 LG생활건강은 2조6223억원,아모레퍼시픽은 1조9663억원으로 집계됐다. 김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시장에서 얼마나 빠른 속도로 성장하느냐에 따라 시총 순위는 다시 한번 뒤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CJ오쇼핑도 국내에서 올 3분기 1위로 올라서면서 GS홈쇼핑과의 시총 격차를 1조원 이상 벌려놨다. 경쟁사보다 앞선 중국 인도 베트남 등의 해외사업 성장세까지 가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2006년 이후 부동의 1위였던 GS홈쇼핑이 CJ오쇼핑보다 실적이 부진해 수위 자리를 넘겨줬다"며 "아직까지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한 상태여서 CJ오쇼핑과의 격차는 쉽게 줄이지 못할 것"으로 진단했다.

안상미/임근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