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의 국회 처리 '디데이(D-day)'로 거론되는 24일을 나흘 앞두고 여야간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한나라당은 "더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며 국회법 절차에 따라 비준안에 대한 표결 처리에 들어갈 태세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여당이 단독 처리를 강행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결사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정국은 여야간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당장 한나라당은 금명간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비준안의 본회의 직권 상정을 공식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의 점거농성으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차원의 비준안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본회의로 '직행'하겠다는 것이다.

남경필 외통위원장이 여전히 상임위 처리에 미련을 갖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여야간 충돌 횟수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본회의 '원샷' 처리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앞서 지난 17일 7시간여에 걸친 의원총회에서 비준안을 조속히 표결 처리하되 처리 시기와 방식 등은 지도부에 일임키로 당론을 정한 바 있다.

직권 상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박 의장 역시 "더 중재노력을 할 수 있는 수단도 없고 방법도 없다"며 '결심'을 굳혀가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핵심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에 대한 양국 장관급 이상의 '문서합의'를 거듭 촉구하면서 이 전제 조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이 비준안 단독처리를 시도하면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저지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앞서 국회 브리핑에서 "한미FTA 비준안에 대한 강행처리는꿈도 꾸지 말라" 며 "만일 민주당의 요구를 묵살하고 또 다시 강행 처리에만 몰두한다면 이후 발생하는 모든 비극의 책임은 한나라당 정권에 있음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미 공동 전선을 구축한 민주노동당은 물론 자유선진당 등 다른 야당과의 연대를 위해 물밑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대치가 정점으로 치닫는 형국이지만 여야 협상파들은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채 타협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과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은 강경 노선을 고수하고 있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하기 위해 21일 또는 22일 손 대표 면담을 추진 중이어서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아울러 한나라당 홍정욱, 민주당 김성곤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여야 '6인 협의체'는 민주당이 제시한 ISD 재협상 문서합의 조건 등을 놓고 협의를 계속 진행중이다.

청와대와 여권 수뇌부는 "문서합의는 있을 수도 없고, 설령 받아온다고 해도 야당이 또 다른 조건을 내걸고 반대할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협상파들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은 안다"면서도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은 채 파국을 막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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