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우승 안 해?' 물을 때 가장 속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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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이 뽑은 '최고 스윙폼'…박희영, 96번째 대회 만에 웃다
상금 50만弗…일반 대회의 3배
우승 못했던 설움 한방에 날려…가족 모두 싱글골퍼 '골프가문'
상금 50만弗…일반 대회의 3배
우승 못했던 설움 한방에 날려…가족 모두 싱글골퍼 '골프가문'
"스윙이 그렇게 좋은 선수가 왜 우승을 못할까. " "우승을 할 것 같은데 왜 못하니?"
박희영(24 · 사진)은 2008년 미국 LPGA투어 진출 이후 수도 없이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박희영은 투어에서 마음을 터놓고 말할 친구가 별로 없었다. 신지애 최나연 김인경 오지영 박인비 김송희 등 대부분이 1년 후배들이고 자신은 외톨이였다. 후배들이 줄줄이 우승컵을 안을 때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미국 LPGA투어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총상금 150만달러)는 96번째 출전 대회였다. 그러나 박희영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1년 전 올랜도에 50만달러짜리 아파트까지 구입하고 모든 것을 걸었다.
21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그랜드 사이프레스리조트(파72 · 6518야드) 18번홀에서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박희영은 그간의 설움이 복받쳐 눈물을 쏟았다. 이날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산드라 갈(독일)은 엉엉 울고 있는 박희영을 꼭 껴안고 축하해줬다. 박희영의 오랜 무승은 투어 선수들조차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다. 최종라운드 직전 크리스티 커는 "넌 할 수 있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박희영은 "주위에서 '왜 우승이 없느냐'고 많이 물어왔지만 사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며 "이번 우승이 앞으로의 인생을 바꿔놓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받은 우승상금 50만달러는 최고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 우승상금(35만달러)보다 많다. 일반대회 3승에 해당하는 액수다. 올 시즌 내내 번 35만1781달러보다 많다. 상금랭킹도 32위에서 단숨에 12위로 솟구치며 데뷔 후 최고 성적을 냈다.
박희영은 2005년 국내에서 활약할 때 상금랭킹 50위 이내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좋은 스윙폼을 지닌 선수'로 뽑혔다. 물흐르는 듯한 스윙과 완벽한 피니시는 예술 그 자체였다.
박희영은 '골프 가문' 출신이다. 부친인 박형섭 대림대 사회체육과 교수는 남서울CC에서 5언더파 67타를 친 '아마 고수'다. 지금도 핸디캡이 5다. 서울대 체육과 교수를 지낸 박희영의 할아버지 박길준 씨(73) 역시 핸디캡 7~8의 '싱글 골퍼'다. 외할아버지는 한양CC 클럽챔피언을 지낸 고(故) 한정호 씨.동생 주영(22)은 국내에서 뛰는 투어프로다.
이들은 모였다하면 슬라이스와 훅을 잡는 방법,코스 공략법,퍼팅 자세 등을 종이에 그려가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박희영이 우승하지 못하는 것을 놓고 멘탈 강화법 등의 조언도 수시로 했다.
이날 박희영의 우승 걸림돌은 기아클래식에서 신지애(23)를 무너뜨린 갈이었다. 갈은 13번홀에서 칩인 버디를 낚은 데 이어 14번홀에서 환상적인 아이언샷으로 1m 버디를 기록하며 1타차로 따라붙었다. 15번홀(파5)이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상승세를 타던 갈의 세 번째 샷은 그린을 살짝 오버했고 버디 퍼트가 홀 1.5m 지점에 섰다. 그러나 파 퍼트는 홀 우측벽을 타고 돌아나와 버렸다. 박희영은 비슷한 거리에서 파 퍼트를 성공시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박희영은 16번홀(파4) 1m,17번홀(파3) 4m 버디 찬스를 놓쳤으나 우승에는 문제가 없었다. 18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짧아 그린을 벗어났으나 어프로치샷을 붙여 파를 세이브했다. 박희영은 "리더보드를 안 보려고 애썼다. 서너 차례 파 퍼트가 들어가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최나연은 '절친' 청야니와 동반플레이를 펼치며 우승경쟁에 뛰어들었으나 2언더파 70타를 쳐 합계 6언더파 282타로 공동 4위에 만족해야 했다. 청야니는 2오버파 74타를 기록,합계 2언더파 286타로 미셸 위와 공동 6위에 머물렀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박희영(24 · 사진)은 2008년 미국 LPGA투어 진출 이후 수도 없이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박희영은 투어에서 마음을 터놓고 말할 친구가 별로 없었다. 신지애 최나연 김인경 오지영 박인비 김송희 등 대부분이 1년 후배들이고 자신은 외톨이였다. 후배들이 줄줄이 우승컵을 안을 때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미국 LPGA투어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총상금 150만달러)는 96번째 출전 대회였다. 그러나 박희영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1년 전 올랜도에 50만달러짜리 아파트까지 구입하고 모든 것을 걸었다.
21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그랜드 사이프레스리조트(파72 · 6518야드) 18번홀에서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박희영은 그간의 설움이 복받쳐 눈물을 쏟았다. 이날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산드라 갈(독일)은 엉엉 울고 있는 박희영을 꼭 껴안고 축하해줬다. 박희영의 오랜 무승은 투어 선수들조차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다. 최종라운드 직전 크리스티 커는 "넌 할 수 있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박희영은 "주위에서 '왜 우승이 없느냐'고 많이 물어왔지만 사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며 "이번 우승이 앞으로의 인생을 바꿔놓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받은 우승상금 50만달러는 최고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 우승상금(35만달러)보다 많다. 일반대회 3승에 해당하는 액수다. 올 시즌 내내 번 35만1781달러보다 많다. 상금랭킹도 32위에서 단숨에 12위로 솟구치며 데뷔 후 최고 성적을 냈다.
박희영은 2005년 국내에서 활약할 때 상금랭킹 50위 이내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좋은 스윙폼을 지닌 선수'로 뽑혔다. 물흐르는 듯한 스윙과 완벽한 피니시는 예술 그 자체였다.
박희영은 '골프 가문' 출신이다. 부친인 박형섭 대림대 사회체육과 교수는 남서울CC에서 5언더파 67타를 친 '아마 고수'다. 지금도 핸디캡이 5다. 서울대 체육과 교수를 지낸 박희영의 할아버지 박길준 씨(73) 역시 핸디캡 7~8의 '싱글 골퍼'다. 외할아버지는 한양CC 클럽챔피언을 지낸 고(故) 한정호 씨.동생 주영(22)은 국내에서 뛰는 투어프로다.
이들은 모였다하면 슬라이스와 훅을 잡는 방법,코스 공략법,퍼팅 자세 등을 종이에 그려가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박희영이 우승하지 못하는 것을 놓고 멘탈 강화법 등의 조언도 수시로 했다.
이날 박희영의 우승 걸림돌은 기아클래식에서 신지애(23)를 무너뜨린 갈이었다. 갈은 13번홀에서 칩인 버디를 낚은 데 이어 14번홀에서 환상적인 아이언샷으로 1m 버디를 기록하며 1타차로 따라붙었다. 15번홀(파5)이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상승세를 타던 갈의 세 번째 샷은 그린을 살짝 오버했고 버디 퍼트가 홀 1.5m 지점에 섰다. 그러나 파 퍼트는 홀 우측벽을 타고 돌아나와 버렸다. 박희영은 비슷한 거리에서 파 퍼트를 성공시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박희영은 16번홀(파4) 1m,17번홀(파3) 4m 버디 찬스를 놓쳤으나 우승에는 문제가 없었다. 18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짧아 그린을 벗어났으나 어프로치샷을 붙여 파를 세이브했다. 박희영은 "리더보드를 안 보려고 애썼다. 서너 차례 파 퍼트가 들어가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최나연은 '절친' 청야니와 동반플레이를 펼치며 우승경쟁에 뛰어들었으나 2언더파 70타를 쳐 합계 6언더파 282타로 공동 4위에 만족해야 했다. 청야니는 2오버파 74타를 기록,합계 2언더파 286타로 미셸 위와 공동 6위에 머물렀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