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을 믿으시나요?"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미국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매년 5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리는 벅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워런 버핏 회장이 주로 받는 질문들이다. '오마하의 축제' 혹은 '자본주의의 우드스톡'이라 불리는 벅셔해서웨이 주총에는 매년 전 세계에서 3만명이 넘는 주주들이 모인다. 하지만 정작 회사에 대한 긴밀한 대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이를 우려한 버핏 회장이 내년 주총에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3명의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를 초대해 대화를 나눌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보도했다.

월가의 문화를 경멸하는 버핏 회장은 그동안 월가 애널리스트들과 거의 접촉하지 않았다. 주당 10만달러를 웃도는 주가도 버핏 회장이 애널리스트들을 신경쓰지 않는 이유 중 하나였다. 주총에도 일반 주주들만 참석해 거시경제,규제,미국 공교육 등 폭넓은 주제를 놓고 질의응답을 나눴다.

그러나 내년 주총에는 3명의 애널리스트를 초대해 질의응답 시간의 3분의 1을 이들에게 할애키로 했다. 대화의 주제를 회사 경영에 집중시키기 위해서다. WSJ는 이에 대해 버핏 회장이 주가 관리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9월 사상 최초로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벅셔해서웨이 주가는 지난 18일 종가 기준으로 1년간 6.9% 하락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가 1.3% 오른 것과 대비된다.

올해 81세인 버핏 회장이 후계자를 뽑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벅셔해서웨이 주주이자 톰스토리&손의 회장인 톰 스토리는 "오랫동안 버핏이 벅셔해서웨이의 모든 것이었지만 이제는 사업이 훨씬 더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이 자신의 퇴임 이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는 "16세 소년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려는 것이 아니라 청중들에게 더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버핏 회장은 21일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후쿠시마현 이와키에 위치한 절삭공구 업체 탕가로이 공장 완공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탕가로이는 벅셔해서웨이가 80%의 지분을 보유한 이탈리아 IMC가 2008년 인수한 회사다. IMC는 대구의 금속절삭공구 업체인 대구텍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당초 지난 3월 대구텍과 탕가로이를 모두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일본 3 · 11 대지진으로 한국만 방문한 바 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