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전화의 발신번호를 검찰과 경찰,금융회사 등의 대표번호로 조작해 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이들의 도움으로 경찰서와 대검찰청,법무부,금융감독원 등을 사칭해 사기행각을 벌인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지난 8월 한 달 동안 145명으로부터 20억여원을 가로챘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21일 중국 보이스피싱 콜센터에 발신번호 조작 서비스를 제공한 혐의(사기 방조)로 A통신업체 대표 이모씨(37)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하고,유모씨(47) 등 A사와 국제전화 회선 사용 계약을 맺은 국내 별정 통신업체 대표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월 중국 옌지(延吉)에 통신업체를 설립한 뒤 발신번호를 조작할 수 있도록 국내 별정 통신업체 5곳과 국제전화 회선 사용 계약을 맺었다.자신이 개설한 인터넷 웹사이트(www.800-web.com)에는 ‘원하는 번호로 발신 가능,발신번호(CID) 수시 변경 가능’ 등의 광고를 냈다.

이씨는 지난 3월부터 5개월간 광고를 보고 찾아온 보이스피싱 콜센터 운영자들에게 인터넷 전화를 설치해 주면서 이들이 국내 별정 통신업체가 제공하는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경찰청이나 금융감독원의 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번호가 수신자 전화기에 나타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로부터 발신번호 조작 서비스를 제공받은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지난 8월 한 달 동안 피해자 145명(전국 피해자 736명 중 19.7%)으로부터 20억여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별정 통신업체가 휴대폰 통신업체로부터 회선을 임대한 기간 동안에는 발신번호 조작 여부를 알 수 없어 문제가 된 전화 회선을 신속하게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경찰은 방송통신위원회 등 유관 기관과의 협력,발신번호 조작 서비스를 제공하는 별정 통신업체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