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감기 예보
"기온이 급격하게 올라갈 것 같으니 운전 조심하세요. 부부싸움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언젠가 일본 홋카이도에서 실제로 한 예보다. 단시간에 기온이 치솟는 푄 현상으로 신체활동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였다. 독일 함부르크에서는 날씨와 건강을 연관시킨 정보를 매일 각 병원에 보내 진료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한다. 기상학자와 의사들이 전문 지식과 자료를 근거로 작성하는 '기상병' 예보다.

기상병은 날씨 변화로 인해 우리 몸에 생기는 각종 증상을 뜻한다. 인체가 날씨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증후들이다. 기온 습도 풍향이 갑자기 바뀌거나 저기압이 다가올 때 발생하기 쉽다고 한다. 관절통증이나 천식,심근경색,뇌졸중,우울증 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 보면 새로울 것도 없다. "무릎이 쑤시는 걸 보니 비가 오겠는걸."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입버릇처럼 하던 '몸 예보'를 체계화한 것이다.

비 오기 전 관절통이 심해지는 건 기압이 낮아지면서 관절 내 압력이 올라가는 게 원인이다. 관절뼈의 끝을 감싸고 있는 막을 팽창된 체액이 자극하면서 통증을 유발한다. 태풍으로 인한 저기압이 충치 구멍 속 가스를 팽창시켜 신경을 압박,치통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뚝 떨어질 때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건 '한랭 알레르기'라는 기상병의 하나다.

흐리고 비 오는 날 졸음이 오고 울적해지는 것도 단지 기분 탓만은 아니다. 일조량 감소로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드는 반면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이 활성화되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 '가을을 탄다'는 말 역시 일조량과 관련이 있다. 햇빛 감소와 기온 하락으로 항우울 효과가 있는 갑상선 호르몬 대사가 줄어드는 대신 진정 효과를 내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해가 얼마 안남았다는 심리적 요인이 가세하니 공허함을 느낄 수밖에.

기상청이 지역별 감기기상지수를 발표한다. 일교차와 최저기온,습도를 근거로 감기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음,높음,보통,낮음 등 4단계 지수로 표시하는 서비스다. 매일 2회씩 3일치(오늘 · 내일 · 모레)를 알려준다. 요즘처럼 기상이변이 빈발하면 인체 적응력에 한계가 오면서 기상병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날씨와 함께 각종 기상병을 예보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