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FTA 미흡하지만 처리해야"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사진)가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21일 밝혔다. 그는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통과와 관련 피해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불출마한다고 했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종의 '출사표'라는 설명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대표직을 사퇴하기 전까지 선진당의 대표로서 한 · 미 FTA 관련 '선(先)대책,후(後)비준'이라는 당론을 정하고 진두지휘한 만큼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제게 있다"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비례대표로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대권 행보와 관련해선 "이 자리에서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정계은퇴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상관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이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은 당과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배수진을 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한 · 미 FTA에 대해 "선대책의 실현가능성이 없게 된 이 시점에서는 비준에 찬성하되 부족한 부분을 정부가 성실하게 보완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옳다"며 "이번에 비준안이 처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표결에도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선진당은 지난 18일 의원총회를 열고 선대책 후비준 당론을 재확인했다. 이 전 대표는 부대의견을 다는 것을 조건으로 비준에 나서자는 입장을 밝혔지만 당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