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칭펀드 실탄' 든든…동원그룹, 유럽 참치업체 M&A 추진
최근 세네갈의 참치캔 업체를 인수한 동원산업은 또 하나의 해외 인수 · 합병(M&A)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번 대상은 유럽의 참치 관련 기업으로 입찰 참여여부를 검토 중이다. 동원산업이 최종 인수자로 선정되면 국민연금과 조성한 매칭펀드(3000억원)에서 자금을 지원받게 된다.

국민연금과 11개 대기업이 참여한 총 8조2000억원 규모의 해외 M&A 전용 펀드가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서 국경을 넘은 기업사냥에 속도가 붙었다. 막강한 외환보유액을 등에 업은 중국,엔고로 총알이 풍부해진 일본과 함께 글로벌 M&A 시장에서 한 · 중 · 일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1개 대기업 M&A플랜 가동

매칭펀드에 참여한 대기업들은 이미 기회 있을 때마다 해외 M&A를 공언하고 있다. 포스코만 해도 지난달 21일 기업설명회에서 전우식 전략기획실장이 "해외에서 철강 및 원료와 관련된 기업 중에 인수 대상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의 SSAB를 비롯 동유럽에선 폴란드 철강업체가 검토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계열사들도 앞다퉈 해외 M&A를 계획 중이다. 최근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 SK텔레콤은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국 기업 인수를 중장기 과제로 삼고 있고,SK네트웍스는 호주 자원 개발 업체 인수를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대상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한화와 LS그룹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한라그룹은 유럽의 자동차 부품 회사 인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은 자원 개발과 해외 플랜트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쪽으로 M&A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한 · 중 · 일 치열한 경쟁 예고

이번 매칭펀드의 장점은 국민연금으로선 해당 기업이 잘 알고 있는 사업 분야에 투자하는 만큼 안정적인 투자 수익률을 올릴 수 있고,기업들은 현금 동원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GS건설이 스페인 수처리 업체인 이니마를 인수한 사례만 해도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GS건설 매칭펀드의 운용사로 선정된 IMM PE 관계자는 "중동에 강점을 갖고 있는 GS건설과 유럽에 네트워크가 풍부한 이니마가 결합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전망"이라며 "앞으로 상장 등을 통해 수익을 실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기업사냥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중국 일본과의 M&A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미국 영국에 이어 전 세계 M&A 시장의 '빅3'로 올라섰다. 일본에서도 엔화 가치 급등으로 해외 투자 여건이 좋아지면서 M&A '붐'이 일고 있다. 글로벌 M&A 자문업체인 레코프의 집계에 따르면 일본의 올 4~9월 해외 기업 인수 규모는 약 3조엔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배 늘었다.

정영채 우리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등 신흥 시장에 있는 기업들이 글로벌 M&A의 주요 플레이어로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