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가 관장하는 위원회 역할이 계속 강화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달 현재 총리실 소속 위원회가 10개나 되며 총리가 위원장인 위원회만 45개나 된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총리실을 위원회 집합소라고까지 비유했을 정도다. 오는 12월에도 산업발전융합위원회가 총리실 직속으로 출범한다. 이들 허다한 위원회 가운데는 본회의를 1년에 1~2회만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다 보니 각 부처보다 총리실과 위원회의 권한이 비대해지는 이상한 행정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정권 말기 의사결정 메커니즘의 왜곡이 여기서 시작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학자도 있다.

물론 위원회의 순기능을 부정할 수는 없다. 정책 과정에서 부처간 이기주의로 인한 사안별 갈등이 커지면서 부처간 조정자가 필요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총리실의 주요 기능이 정책조정이고 보면 표면적으로는 조정자 역할을 맡는 위원회를 만드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정부 따로 위원회 따로식이거나 논란이 있을 법한 주제라면 무조건 총리실 위원회로 넘겨버리는 식의 행정은 실로 무책임하다. 부처간 이견을 조정하라고 장관들이 있는 것이고 국무회의가 있는 것인데 부처 갈등이 있다고 무조건 위원회에 넘기는 것이라면 이로써 행정부처의 책임은 면책된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더구나 지금 총리실 위원회들은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정역할보다는 각 부처가 조직과 인력을 늘리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사무국을 만들면 소리소문없이 정원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무국 조직이 있는 위원회가 많은 것도 대부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식으로 위원회를 만들다 보니 대통령 아래에 내각이 있고 총리 산하에 제2의 내각이 또 있는 듯한 상황이 돼버렸다.

예산도 문제다. 총리실 위원회 중 예산이 책정된 위원회의 올해 총예산은 40억8300여만원에 이른다. 역설적으로 위원회가 많다 보니 부처와 위원회 간 갈등 구조도 늘어난다. 말이 말을 낳는다는 식으로 논쟁만 많아지고 정작 의사결정은 부처들이 미리 은밀하게 만들어 놓은 각본대로 따라가는 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