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대관령국제음악제 연주 이후 용기 얻어
내달 26일 예술의전당서 ‘쉬 이즈 백’

“지난 5년간 어머니,큰언니 등 저와 가까운 사람들이 제 곁을 떠났습니다.손가락 부상 이후 다시 무대에 설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지난 여름 대관령국제음악제 이후 큰 용기를 얻었죠.고국에서 하는 연주라 더 흥분됩니다.하늘에서 지켜볼 그분들도 무대에 다시 선 제 모습을 보며 너무 기뻐하실 거에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다음 달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 ‘쉬 이즈 백(She is Back)’을 연다.국내에서 단독으로 리사이틀을 진행하는 것은 9년 만에 처음이다.그는 리사이틀에 앞서 21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간담회를 열고 오랜만에 독주회를 여는 소감을 전했다.

손가락 부상을 딛고 줄리어드 음대 교수 생활에 전념해왔던 그는 “꿈만 같다.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벌써 9년이 됐다.독주회는 내 마음대로 프로그램을 짜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즐길 수 있다”며 “더 젊었을 때는 원하는 바이올린의 색채를 내기 위해 평생 몸부림치며 노력했는데 그 슬프고 깊은 소리가 어려웠다.지금은 내 몸과 정신과 바이올린이 하나가 된 것 같아서 편하게 소리가 난다.문제는 기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리사이틀을 지난 5년 동안 그의 곁을 떠난 사람들을 추모하는 곡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그는 언니 명소(2007년 작고)와 데뷔 음반 이후 그의 녹음 스튜디오를 지켰던 프로듀서 크리스토퍼 레이번(2007년 작고),그리고 어머니 이원숙 여사(2011년 작고)를 차례로 잃었다.

그는 독주회에서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21번,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들려줄 예정이다.모차르트 작품은 모차르트가 어머니가 숨진 직후 작곡한 곡으로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유일한 단조곡이며,브람스의 소나타는 고 이원숙 여사가 생전에 좋아하던 곡이다.

정경화씨는 이번 연주회를 자신의 인생 3막을 여는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그는 “내 인생을 3등분 한다면 난 지금 3막의 시작점에 와 있다.연주를 다시 시작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나를 용감하다고 할지도 모른다.그러나 나는 다시 무대
에 설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 설레고 감사하다”며 “나는 사람들과 음악을 나누는 것을 매우 좋아해서 (연주가로는) 타고난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씨는 독주회에 앞서 언니 정명화, 동생 정명훈과 함께 어머니 추모 음악회 ‘우리들의 어머니를 위하여’를 12월13일 오전 11시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과 같은 날 저녁 8시 횃불선교회에서 열 예정이다.이날 음악회에서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와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K304,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3악장, 그리고 브람스의 피아노 3중주 제1번 등이 연주될 예정이다.정 트리오의 연주회에는 고 이원숙 여사의 지인 등이 초대되며 일반인은 선착순으로 입장 가능하다.

(02)518-7343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