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밀산업기술대회]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손 '정밀기술'

기고 - 허남용 기술표준원 적합성정책국장

과거 내시경 검사를 받아 본 사람들은 끔찍했던 경험을 쉽게 잊지 못한다. ‘사람 잡는 검사’ ‘아기 낳는 것보다 더하다’ 등의 표현도 예사롭게 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캡슐형 내시경’이 등장하면서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고 있다. 이 내시경은 비타민 알약 크기로 환자가 고통 없이 삼키고 배출시킬 수 있는 구조다. 카메라렌즈, 배터리, 무선송신장치 등이 들어 있어 캡슐을 삼키는 순간부터 식도, 위를 통과해 소장으로 내려가면서 영상을 촬영해 무선송신장치를 통해 전송하는 원리다. 작은 캡슐 안에 카메라렌즈, 무선송신장치 등을 장착해야 하기 때문에 정밀한 나노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구현이 어렵다.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정보기술(IT) 산업도 40나노미터 수준의 정밀한 나노 기술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게 됐다. 2만개 이상의 부품들이 소음과 진동 없이 정교하게 동작해야 하는 자동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밀산업은 자동차 조선 등 전통산업에서부터 휴대폰 LCD(액정표시장치) 의료장비 등 첨단산업까지 국내 제조업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기간산업이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한국이 6·25전쟁 이후 1인당 국민소득이 아프리카 최빈국과 거의 같았으나 올해 말이면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이 3만1750달러로 유럽연합 평균 3만1550달러보다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그 이면에는 정밀기술이 발전을 위한 지렛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정밀기술 분야에서 한민족의 우수성은 역사적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2005년 경남 창녕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기원전 8000년) 배가 발견됐다. 조선은 세계 최초로 조선(造船)의 역사를 썼다. 또 세계 최초로 발견된 고인돌(기원전 8000년, 전남 화순), 빗살무늬토기(기원전 8000년, 강원 양양), 신석기(기원전 2만년, 전남 장흥) 등을 통해 선조들의 정밀한 손기술을 느낄 수 있다. 우리의 정밀한 손 기술에 상상력과 창의성이 가미된다면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 일본을 앞질러 능히 세계 최고의 산업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정부는 정밀산업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해 1970년대부터 정밀산업기술대회를 개최해왔다. 매년 정밀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산학연 전문가를 발굴해 포상하고 연구·개발(R&D), 창업, 수출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로봇이 집안일을 하고 교통지옥을 벗어나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타고 출근하는 날을 상상하는 것도 정밀기술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