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지사 "SW 일자리 창출법" 묻자, 전문가'TGIF' 추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어떤 방안이 있을까요?" - 김문수 경기도지사

"TGIF를 보십시오. 이들로 인해 IT 산업이 재도약하면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많은
고용 창출이
일어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 고상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실장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어떻게 하면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더 많은 고용이 일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했다.

21일 경기도는 판교 세븐벤처벨리에서 '소프트웨어산업, 청년 일자리의 보고인가"를 주제로 '경기일자리포럼'을 개최하고 각계 전문가 6명과 70여명의 청중을 초청해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근무지 환경, 임금, 복지 등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더 많이 만들수 있느냐는 것이 이번 포럼의 요지" 라며 "도지사로서 민간, 기업, 개인이 하려고 하는 일을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좋은 일자리가 얼마나 많이 창출될 수 있는가'라는 주제에 대해 고상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실장은 "고용은 그 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노동집약성에 의해 결정된다" 면서 "그동안 우리나라는 자본집약적인 반도체 위주로 IT산업이 성장했기 때문에 자본이 노동을 잠식해 고용 창출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트위터(Twitter), 구글(Google), 아이폰(iPhone), 페이스북(Facebook) 등 이른바 'TGIF'의 성장으로 세계 IT업계가 소프트웨어로 급속히 재편되면서 이 분야에서 더 많은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급격한 변화 속에서 한국 IT 산업이 얼마나 많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내수가 아닌 수출 위주로 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는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해당 산업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 뒤 "하드웨어와 달리 소프트웨어의 특징은 어떤 아키텍처를 만들고 나면 이것이 계속해서 진화하기 때문에 이를 수정하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IT가 발전할수록 사람이 하던 일을 컴퓨터가 대신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편견이 있어왔다" 며 "IT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한쪽 면만을 보는 단순한 생각으로 인해 2007년 이후 한국이 IT 후진국으로 밀려났다"고 꼬집었다.

표삼수 KT 상담역 사장은 "참여하는 사람들이 만족해야 '좋은 일자리'이지만 지금 소프트웨어 분야 종사자들은 3D 인력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IT 기업인 IBM이나 오라클 등은 자체 개발센터를 두고 인력을 전문화시켜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반면 한국 대기업들은 인력을 키울 생각을 하지 않고 용역을 고용하는 쉬운 방법만을 택한다는 것. 표 사장은 "한국도 소프트웨어 인력에 대한 꾸준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이들을 전문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나친 규제로 SW 젊은 인력 일자리 뺏어선 안돼

이어진 '인력 수요 패턴 변화에 따른 개인과 기업과 정부의 과제' 주제에 대해 정 교수는 "'게임 셧다운제' 등 온갖 규제로 인해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는 경우가 생겨선 안된다" 며 "소프트웨어의 특성은 자유롭게 일할 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기도에서 구축하고 있는 판교밸리뿐 아니라 젊은 인재들이 해외 소프트웨어 기업에 나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글로벌 일자리로 많이 진출하기 위해선 언어 실력을 갖춰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지원하도록 힘쓰겠다"고 답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대ㆍ 중소기업 간의 협력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건설적인 의견 교환이 있었다.

중소기업을 대표해 나온 조세원 워터베어소프트 사장은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저가 인력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 이라며 "설령 대기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수익이 분배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저가 수주에 머물고 만다"고 토로했다.

또한 "스마트폰이나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커지면서 대기업이 개발 인력을 필요로 하다보니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의 인력 이동이 심해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표 사장은 재벌 대기업들이 각각의 시스템통합(SI) 업체를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대기업 SI 계열사들은 단지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고 생산하는 것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IT 구매창구 역할을 하면서 독점 행태를 보이고 있다" 며 "이들이 정부 조달 시장까지 장악해 중소기업은 점점 설 땅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선순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일정액 이하의 공공사업에 대해선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유리한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대기업은 정부조달시장에 들어오지 말라는 것은 후진적 방식" 이라며 "중소기업이 자립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고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다소 상반된 견해를 내놓았다. 이어 "인력 또한 이동할 자유가 있다" 면서 "중소기업 근로여건이 열악하면 그걸 고쳐야지 왜 대기업으로의 이동 자체를 막는지 모르겠다. 그런 사고방식으론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SW, 4D 업종 전락하지 않으려면 합리적 임금 주어야

시급한 문제 중 하나인 '소프트웨어 업계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할 방안은" 주제에 대해서도 토론이 이어졌다.

조 사장은 "근로 환경을 개선하려면 일단 기업에 돈이 많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애플과 같은 플랫폼 개발이나 솔루션 개발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소프트웨어 업계가 돈을 많이 벌어야 근로 환경이 개선된다는 말은 절대적으로 맞는 말 같다"고 동의했다.

고 실장은 "요즘 소프트웨어 인력은 3D가 아니라 4D(3D+ 드림리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면서 "업무 강도도 높고 근로시간도 긴 반면 이를 보상할 수준의 임금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실 때문에 학생들 입장에서도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해 공부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반면 정 교수는 "미국의 트위터를 방문해보니 회사 건물을 살 시간도 없어서 공장에서 일하고 있더라" 며 "이에 배해 한국의 근무환경은 좋은 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근무환경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에서 인재를 키우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는 점" 이라며 "지난해 성균관대에서 소프트웨어 학과를 신설해 30명 전원을 장학생으로 뽑자 우수한 인력이 대거 몰렸다"고 언급했다.

한편 경기도는 성남-판교, 안양-평촌-과천-수원 지역을 소프트웨어 산업의 거점 지역으로 육성키로 하고 삼각벨트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성남-판교 지역은 게임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육성으로, 안양-평촌-과천은 정보통신, 영상, 교육ㆍ콘텐츠 위주로, 광교-수원은 연구개발(R&D), 생산기반 등으로 특화할 계획이다.

김 지사는 "판교는 물론 광교도 소프트웨어에 적합한 곳으로 만들 생각" 이라며 "과천은 정부청사 앞 부지를 비롯해 90%가 그린벨트이기 때문에 앞으로 소프트웨어 분야 클러스터로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