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와 협상따라 FCLㆍPCL 적용받아…경제주권 침해는 적어

헝가리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금융지원을 요청하면서 유럽 재정위기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헝가리 정부가 IMF와 협상을 통해 금융지원을 받게 되면 일단 재정위기의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동유럽 재정위기감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 FCL.PCL 금융지원, 구제금융과 달라 = 뉴스통신 dpa 등에 따르면 아마데우 알타파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경제·통화담당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헝가리 정부로부터 가능한 EU 금융 지원 요청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헝가리 정부가 "EU 금융 지원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예비성격의 지원으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머르토니 야노쉬 헝가리 외무장관은 헝가리가 원하는 것은 IMF의 `탄력대출제도(FCL.Flexible Credit Line)'라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전날 성명을 통해 헝가리로부터 금융 지원을 요청받았음을 확인했다.

금융지원을 요청한 헝가리가 IMF와 협상을 거쳐 지원자금의 성격이 결정되겠지만 FCL는 건전한 기초여건(펀더멘털)과 정책들을 지닌 국가에 제공하는 IMF 금융지원 프로그램이다.

이는 조건이 까다롭고 엄격한 재정긴축과 가혹한 구조개혁이 뒤따라야 하는 IMF의 구제금융과는 달리 지원받는 나라의 경제 주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

협상 결과에 따라서는 헝가리가 FCL 자격에는 미달하지만 엄격한 요구조건들을 지닌 전통적인 `대기성 차관(stand-by loan)에 비해 요구조건이 훨씬 덜 까다로운 `예방적 대출제도(PCL)'를 적용받을 수도 있다.

PCL에는 사후이행요건이 부과되기는 하지만 취약부문 개선에 초점을 맞춘 맞춤형 요건이며 역시 일반적인 구제금융에 비해서는 훨씬 완화된 수준이다.

일부 취약요건이 있으나 건전한 정책을 수행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하므로 낙인효과 소지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U 집행위원회 관계자들은 헝가리가 PCL을 통해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오고 있다.

◇ 헝가리 재정위기 어떤 상황이기에 = 헝가리 정부가 IMF 금융 지원을 요청한 것은 포린트화 가치가 급락하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화와 국채 가격 급락은 국가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강등될 수 있다는 국제신용평가사의 경고, 경기 둔화 우려, 유로존 재정 위기 전이 위험, 은행권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는 외화자산 조기상환 프로그램 등의 여러 요인에서 비롯됐다.

헝가리는 세계 금융위기 와중인 지난 2009년 IMF `대기성 차관'과 EU 금융지원 패키지로 모두 200억유로를 지원받았다.

그러나 작년 5월 출범한 헝가리 새 정부는 이 자금 지원이 끝나자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도 이를 거부했다.

헝가리 정부는 이후 은행·통신기업·에너지기업 한시 특별세 도입, 민영연금의 공적연금 전환 등의 정책을 시행해왔으며 이에 대해 IMF 등은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한 '일회성' 대책이라며 재정의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 IMF 금융지원 요청을 계기로 최악의 추락은 모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IMF와의 협상 가능성을 시사한 헝가리 정부의 유연한 입장이 전해지자 지난 6월30일 이후 추락을 거듭해온 포린트화는 지난 이틀간 3% 오르면서 2009년 5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헝가리 중앙은행 금융위원회의 페렌치 게르하르트 위원은 20일 수도 부다페스트에 본사를 둔 ATV와의 회견에서 헝가리 정부가 IMF와의 합의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헝가리 국채 신용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당장의 위협이 현실화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 재정위기 동유럽 확산 우려 키울 듯 = 헝가리의 IMF 금융지원 요청 사실이 전해지기 직전인 21일 유럽 금융시장에서 주요 증시가 유로존 채무위기 심화와 미국 재정적자 감축 합의 불발 우려 등 악재가 겹쳐 폭락세로 마감했다.

이에 앞서 이달 둘째 주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루마니아가 35.41bp 급등한 것을 비롯해 헝가리(33.5bp), 오스트리아(30.3bp), 체코(30.1bp) 등 일부 동유럽 국가들에서 큰 폭으로 올랐다.

상승 폭이 이탈리아(32.3bp)나 스페인(30bp)과 비슷해 재정위기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로 불리는 남유럽 4개 국가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동유럽으로 퍼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헝가리의 IMF 금융지원 요청은 동유럽에 재정위기 우려를 키우고 글로벌시장에도 악재가 될 전망이다.

(부다페스트ㆍ서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한승호 기자 jungwoo@yna.co.kr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