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가 재개발 · 재건축사업의 시공사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정한 서울시 조례에 대해 "상위법을 위반했다"고 유권해석했다. 서울시는 같은 조례에 대해 진행 중인 헌법소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지켜보고 조례 개정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22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법제처는 최근 "시 · 도 조례로 시공사 선정 시기를 뒤로 미룰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재건축 · 재개발 근거법인 '도시 · 주거환경정비법' 11조는 시공사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 이후로 규정하고 있지만 서울시 조례는 그보다 늦은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돼 있다. 조합과 시공사 간에 이뤄지는 비리의 소지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에 대해 조합들은 "사업 초기 시공사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지 못하면 사업 일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반발해왔다. 또 서울시 조례가 상위법 위반이라며 국토부 등에 민원을 계속 제기해왔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시 · 도 조례로 시공사 선정 시기를 늦출 수 있는지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법제처는 "2009년 2월6일 이전 구성된 재건축조합에 대해선 사업시행 인가 이후 시공자를 선정토록 했지만 법 개정을 통해 조합설립 이후로 앞당겼다"며 "법개정 취지가 초기자금 확보를 통한 사업활성화였던 만큼 시공자를 사업시행인가 전에 선정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조합 측 손을 들어줬다.

조합들은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초기부터 시공사 자금 지원을 받으면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반포주공1단지 등 시공사를 선정하지 않은 단지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설사들도 서울지역 수주를 늘릴 수 있다며 반기고 있다.

조례 개정과 관련,서울시는 헌재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내 22여명의 조합장은 지난 5월 서울시 조례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법부 판단이어야 법적 구속력을 갖는 만큼 헌재 결정을 지켜보고 조례 개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인합동법률사무소의 남기송 변호사는 "시공자 선정을 조합설립 이후로 앞당기면 비리차단을 위해 서울시가 도입한 공공관리제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