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무릎관절 수술로 2년간 병상에 누워 있었어요.장애가 그렇게 힘든 줄 몰랐죠.몸이 불편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문우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매일 10시간 이상 그림에 매달렸습니다.”

오는 30일부터 내달 5일까지 서울 관훈동 갤러리 이즈에서 ‘불우 문인돕기 그림 전시회’를 펼치는 소설가 겸 서양화가 송숙영 씨(76)는 “그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일을 하며 살고싶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법대를 나온 송씨는 화단의 ‘문화인(文畵人)’으로 불린다.라디오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다 1960년 김동리 선생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이후 40여년간 화업과 함께 《강남 아리랑 1,2,3》 《긴꼬리딱새 날다》 《야성의 숲》 《가시나무 숲》 등 장편소설 20여권을 출간했다.지난해에는 금혼(金婚)서화집 《꽃 속의 꽃 꽃 꽃》(문학나무 펴냄)을 펴냈다.1960대 후반 미국 LA로 건너가 4년간 유화도 공부했다.1990년대 초 긴장성 두통 진단을 받고 펜을 놓았다가 붓을 들고 ‘2막 인생’을 시작했다.

지난해 ‘아시아 우수작가 워크 페스티벌’ 대상을 비롯해 단원미술제 입상,신사임당 미술대전 입상,남농미술대전 입상,부천 단원미술상,한·중미술대전 우수상,중경아세아미술대전 우수상 등을 받았다.

그는 “제 이모작 인생은 문학적 테크닉과 회화의 상상력을 극대화해 삶과 예술을 일치시키는 조화로운 세계로의 도전”이라며 “그동안의 작품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문우들을 도우며 마음으로 덕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어릴적 유난히도 색감의 유혹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제 모습을 되찾은 느낌이에요.그때 캔버스에 수놓은 세상이 다시 화폭에서 움트고 있어요.붓을 쥐면 싱그러운 추억들이 흘러가는 소리가 들리거든요.”

그에게 그림은 석공이 돌을 쪼듯 아름다움을 새기는 작업이다.그냥 하는 게 아니라 ‘결사적으로’ 한다.캔버스 앞에 앉아 색채의 마술사처럼 자연과 인간을 채색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그의 그림은 녹슬고 얼룩진 이야기보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많다.작업 주제 역시 ‘휴머니즘’이다.

“사람들의 이야기와 자연의 풍경 위에 새로운 스토리로 입혀봤어요.그림에는 화가가 채울 수 있는 여백이 많죠.캔버스 위에서 배우가 돼 소설 같은 그림을 그립니다.”

기력은 약해졌지만 작업실에 앉아있을 때 가장 자유롭다는 그는 “문화계에서 ‘영원한 현역’으로 남는 것이 꿈이라고 생각했다”며 “작품 세계와 그 가치를 지키는 것은 오직 나 자신이며 내 작품을 찾는 이가 없다면 그 역시 숙명”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문인화가로서의 서정적인 맛과 멋이 그대로 배어있는 근작 180여점과 인형작가인 딸 조영희 씨의 공예품이 함께 나온다.(02)736-6669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