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재단 이사장인 법륜 스님이 엊그제 한 강연회에 나와 "소수의 정치인에게 정치를 맡겨놔선 안된다. 정치는 정치인만 하느냐.국민이 각성해 새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며 "새로운 정당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다음 대선에서 진보 세력이 이기더라도 51 대 49로 겨우 이겨서는 안된다"는 주장까지 했다는 것이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도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시위에 참석해 이를 지지하는 단식 기도회를 열었다. 지난달 제주도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국회앞에서 단식 기도회를 개최했던 이들이다. 보수 성향의 개신교계는 기독자유민주당(가칭) 창당을 선언했으며, 진보 성향 기독교인들도 야권연대 등을 외치며 총선과 대선에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종교계뿐만 아니다. 해외 교포사회에도 정치 조직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파벌 싸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고 한다. 재외국민투표법에 따라 내년부터 국내 선거에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목소리 키우기 경쟁도 드세다. 미국의 한 좌성향 교포단체가 국내 신문에 한 · 미 FTA를 반대한다는 광고를 내자, 우파 성향의 버지니아주 교포들이 국회가 FTA 비준을 서두르지 않으면 내년 선거에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는 소식이다.

정치 과잉이 심각하다. 국내 정치는 끝이 어디인지 모를 만큼 갈수록 확대재생산된다. 둘만 모이면 정치이야기다. 아예 정치에서 정치로 끝나는 대화도 다반사다. 이러니 종교계가 정치에 뛰어들고 해외 교포까지 정치에 올인한다. 국민 모두 정치 중독에 걸려있는 나라 같다. 한국인들의 뇌신경에 정치에만 관심을 쏟는 근육이 발달돼 있는지도 모른다. 시민들이 가뜩이나 일상을 꾸려나가는 것도 버거운 마당에 온갖 정치꾼들이 나서 어지러운 세상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정치에 사공이 많으면 배는 분명히 산으로 올라가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