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가업승계 외면…문 닫으란 말이냐"
정부가 내놓은 '독일식 상속세제' 도입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난항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독일식 상속세제란 상속 후 10년간 고용을 유지할 경우 500억원까지 기업의 상속세를 소득공제해 주는 제도로,경영자의 상속 부담을 덜어 주면서 근로자에게는 일자리를 보장해주는 상생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22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중소기업중앙회 등에 따르면 국회는 금명간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정부가 제출한 '상속세 및 증여세 개편안'을 첫 논의할 예정이다. 소위에는 한나라당 5명과 민주당 3명,민주노동당 1명 등 총 9명이 속해 있다. 국회 관계자는 "최근 국회 사무처에서 가업상속공제 한도 상향조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데 이어 야당 일부에서 부의 대물림 방지 차원에서 정부안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김광묵 전문위원은 법안 검토 보고서에서 "중소기업이 자금부담 없이 원활하게 가업을 승계하고 고용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공제 한도를 높일 필요가 있지만 2010년 개정안의 효과분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도를 상향조정하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냈었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도 "아직 법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해 보지 않았으나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기업들의 상속세 공제한도를 한꺼번에 1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올리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정부안은 손질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의 대물림 문제와 세법 개정안의 효과분석 측면에서 수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재계는 정치일정을 둘러싼 여론변화 때문에 꼭 필요한 독일식 상속세제의 도입이 늦춰지거나 손질돼서는 안 된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유경준 중기중앙회 가업승계지원센터장은 "이번 법 개정안은 사업용 상속재산에 대해서만 공제한도를 늘려주고 개인재산은 상속세를 그대로 물리기로 했다"며 "부의 대물림과는 상관없고 오히려 가업승계를 도와 고용을 유지시키는 법안인데도 반기업적 여론에 호소하는 정치 때문에 국회 논의가 소홀히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재정부 측은 "우리나라의 가업상속공제 규모가 상속 재산의 40%로,독일(85~100%)이나 일본(80%)에 비해 턱없이 낮다"며 "장수기업을 육성하고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상속세제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상훈 한국가업승계기업협회장은 "우리나라 매출 500억~1000억원대 기업의 후계자 중 상속세를 현금으로 낼 만한 여유가 있는 경우가 얼마나 있겠느냐"며 "이 경우 지분을 팔거나 물납해야 하는데 경영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모두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서욱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