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는 특허권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복제의약품의 제조 · 시판을 유보하는 '허가특허 연계제도'를 독소조항으로 보고 있다.

미국 대형 제약사들이 개발한 오리지널 의약품을 국내 제약사가 특허만료 이후 제네릭(복제약)으로 개발할 경우 오리지널 제약사가 특허 소송을 제기하면 소송이 끝날 때까지 허가절차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제네릭 생산이 불가능한 메커니즘이다.

신약 특허권 강화를 인정하자는 취지인데,국내 제약사들에 전적으로 불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체적인 득실을 볼 때 국내 제약산업은 한 · 미 FTA에 따른 대표적 피해 업종 가운데 하나라는 평가다.

한 · 미 FTA 발효로 지식재산권 보호 의무가 강화되면 국내 업체가 제네릭의약품이나 개량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부는 복제약 시판 허가 · 특허연계 이행 의무를 3년 동안 유예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국내 제약산업의 충격을 덜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협정에 보장된 자료독점권 등은 사실상 특허 연장의 효과를 갖는다"며 "국내 제약산업은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약값 부담 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제약사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복제약이나 개량신약 개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약 출시가 늦춰지거나 생산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역시 한 · 미 FTA로 제약업계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한 · 미 FTA 발효 이후 국내 복제의약품 생산은 10년 동안 연평균 686억~1197억원 정도 감소하고,시장 위축에 따른 소득 감소 규모도 457억~797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제약 분야는 농업과 함께 한 · 미 FTA의 대표적 피해 산업"이라며 "여기에 정부로부터 일괄 약가 인하라는 징벌까지 받게 돼 제약인 2만명,관련업계까지 포함해 10만명의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