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마거릿 대처'.아네르스 보리 스웨덴 재무장관(43 · 사진)은 이렇게 불린다. 여자처럼 머리를 묶고 귀걸이를 하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38살 때인 2006년 재무장관에 취임,복지병에 걸려 있던 스웨덴을 개혁하는 집도의(執刀醫) 역할을 지금껏 하고 있어서다. 그의 처방전은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아야 한다'는 것.그는 스웨덴에서 복지천국이란 간판을 과감하게 떼냈다.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소득세도 감면,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주력했다. 각종 무상복지를 축소,재정을 튼튼하게 만드는 반(反)포퓰리즘의 정책을 택했다.

결과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1.6%로 '유럽국가 중 가장 재정이 튼튼한 나라'라는 타이틀로 나타났다. 2009년 -5.2%이던 스웨덴의 GDP 증가율이 작년 5.6%로 급반전됐고 올해도 4.0%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재정위기로 몸살을 앓는 유럽에서 최고 안전지대로 부상했다는 뜻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19개국 재무장관의 업무수행능력을 평가한 뒤 그를 '올해의 재무장관'으로 선정했다.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으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마구 치솟아오르는 화산과 같은 테크노크라트"(AFP통신)라는 평을 듣고 있다.

로커 같은 이미지를 풍기는 그는 스웨덴 웁살라대에서 경제사,정치학,역사 세 가지 분야를 전공했다. 민간은행에서 일을 하다가 2006년 10월 재무장관에 임명됐다. "국방을 제외한 사회 각 분야에서 정부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것을 모토로 당시 집권 보수당 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이다.

'무임승차하는 복지'에서 '일하는 복지'로 사회체질을 바꾸기 위해 그가 처음 손을 댄 곳은 방만하게 운영되던 의료 및 각종 사회복지.당시 스웨덴은 "사회전체가 지나친 복지라는 에이즈에 걸려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스웨덴 인구의 25%가 실업수당에 의존해 살고 있었고,기업체 근로자의 40.2%가 병가혜택을 누리는 상황이었다. 그는 이 같은 복지모델이 정립된 1970~1980년대를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비판했다. 1970년대 GDP 대비 복지비가 22%에서 30%로 높아졌지만 1960년대에 4.4%에 달했던 연평균 GDP증가율이 1970년대엔 2.4%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만이 발전할 수 있다"며 복지축소에 나섰다. 연금을 대폭 줄이는 동시에 의료보장의 수준도 대폭 낮췄다. 동시에 경기부양을 위한 감세정책도 강하게 밀어붙였다. 스웨덴 법인세율을 28%에서 26.3%로 인하하고 소득세도 30.7%에서 17.1%로 낮췄다. 고용주가 부담하는 사회보장기여금도 1%포인트 하향했다.

감세정책으로 '정체되고 따분했던' 스웨덴 사회가 역동적으로 변하는 계기가 마련되자 내수가 늘고 수출이 증가했다. 2008년 글로벌 재정위기로 -0.6%,2009년 -5.2%로 추락한 GDP 증가율은 작년 2010년엔 5.6%로 돌아섰다. 유럽이 재정위기로 홍역을 치르고 있지만 올해 4.0%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도 안정돼 지난해 GDP대비 재정적자는 2.1%에 불과했고 올해는 1.6%로 사실상 균형재정을 이뤘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도 2010년 49.1%로 유럽에서 가장 빚이 적은 나라이기도 하다.

FT는 "전 유럽이 재정위기의 혼돈 속에서 갈피를 못 잡는 가운데 보리만이 제대로 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