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일본은 한·미FTA를 넘어설 수 없다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와 상원 재정위원회 소속 의원 4명은 이달 초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서한을 보냈다. 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참여하겠다고 해도 의회와 사전협의 없이 섣불리 받아들이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일본으로선 창피한 얘기겠지만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이유였다.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자극을 받은 일본은 요즘 FTA에 몸이 달아 있다. 협상 참여선언부터 지르고보자는 식이니 준비는 신통치 않고,말부터 앞서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 협상 참여선언에도 꼼수까지 동원해야 하는 실정이다. 한국도 얼떨결에 들러리를 섰다. 지난 9월 말이다. 오카다 가쓰야 전 외교장관이 서울을 방문해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민주당 손학규 대표, 청와대와 외교부 고위직을 두루 만나고 돌아갔다. 오카다의 부탁은 한 · 일 FTA를 적극 도모해달라는 것.한 · 미 FTA에 정신이 팔린 터라 모두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리고 며칠 뒤,서울과 도쿄에서는 재계의 모임인 한 · 일경제인회의와 아시아비즈니스서미트가 열렸다. 두 회의 모두 공동성명을 내놨다. 한국과 중국 재계가 한 · 일 FTA와 한 · 중 · 일 FTA를 적극 촉구한다는 내용이었다.

[김정호 칼럼] 일본은 한·미FTA를 넘어설 수 없다
사실 한국 재계는 한 · 일 FTA에 그다지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산업 구조가 비슷해 시너지가 있는 것도 아닌 데다 2003년 양국 간 협상도 농업을 이유로 내건 일본 탓에 곧바로 중단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본이 한국에 간곡히 부탁한 것은 TPP 협상 선언에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 · 중 · 일 FTA는 미국이 반대하는 구도다. 그런 협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던 게 일본의 본심이다. 진정성을 의심하는 미국을 바짝 끌어들이는 동시에 사실상의 미 · 일 FTA라며 TPP를 반대하는 국민들을 조금이라도 누그려뜨려보자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TPP에 대한 일본의 준비는 신통치 않다. 국내 정지작업부터 전혀 돼 있지 않다. 국민이나 야당은 말할 것도 없다. 여당인 민주당 의원 절반이 반대서명을 했을 정도다. 전략도 분명치 않다. 협정 체결의 장단점 분석조차 제대로 끝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괴담부터 난무하고 있다. 맹장수술비가 250만엔이 된다느니,우편예금을 미국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느니,한국에서 직수입해간 듯한 헛소문이 인터넷과 TV를 통해 쏟아지고 있다.

농민들은 벌써 거리로 나왔다. 농림수산성의 분석 결과,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농업생산액이 8조엔에서 4조엔 이하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왔다. 농촌이 조용할 리 없다. 일본의 인구 가운데 농업인구는 4%에 불과하다지만 목소리는 한국을 능가한다. 일본 농협중앙회(JA)는 이미 TPP 협상 참여에 반대하는 여야의원을 356명이나 모았다. 전체 의원의 절반에 가까운 수다.

결국 가장 큰 문제는 정치다. 일본의 의원내각제가 수많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벌써 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정권 출범 당시 60%였던 것이 두 달 새 35.5%가 됐다. 노다 총리 지역구 사무소 문에는 "협상에 참여하면 죽인다"는 협박문까지 나붙었다고 한다. 이런 속도라면 20% 밑으로 떨어질 것을 걱정해야 하는 게 민주당이다. 지지율이 20% 밑으로 떨어지면 총리직을 내놓는 '20%룰' 탓이다. 직전 총리인 간 나오토가 집권 초기 70% 지지율에도 섣불리 FTA 정책을 추진하지 못한 이유다. TPP 협상 타결 목표시점은 내년 말이다. 발효는 2015년으로 돼 있다. 물론 정상적인 속도라면 말이다. 타결이 돼도 협정 내용이 일본의 의도대로 될지도 의문이다. 한 · 일 FTA와 한 · 중 · 일 FTA는 더 어렵다.

한 · 미 FTA가 우여곡절 끝에 국회 비준을 마치고 출범을 눈 앞에 두게 됐다. 불 붙은 경제블록 전쟁에서 조금이라도 앞서 간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다. 멀찌감치 더 앞서갈 수 있도록 후속 작업을 서둘러야 할 때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김정호 칼럼] 일본은 한·미FTA를 넘어설 수 없다
日 전 총리 아내
이서진 집으로 불러서
[김정호 칼럼] 일본은 한·미FTA를 넘어설 수 없다
고현정 왜이래?
얼굴 달라졌네
  1. 1

    트뤼도 캐나다 총리 "美 제품 25% 관세…'비관세 보복' 고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적용하자 이에 대응해 대미 보복 관세 조치를 발표했다.트뤼도 총리는 이날 밤 기자회견을 열고 1550억 캐나다...

  2. 2

    수십억 연구실 없어도 백신 임상 허용…대전특구 규제 풀어

    올해부터 '대전 바이오메디컬 규제자유특구(대전 바이오 특구)'내 감염병 백신·치료제 개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최소 수십억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 임상 연구 시설을 ...

  3. 3

    "동맹국 공격 전진하는 길 아냐"…'관세 전쟁' 美 노조도 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1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자 미국 내 노동조합, 관련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85만 노동자를 대변하는 미국 철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