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만 흘려도 구제역 신고…또 경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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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Story - 쌀쌀한 날씨…잠 못드는 검역검사본부
지난번 파동 진원지…농민들 신경 곤두서
의심신고 땐 수백㎞ 심야 출동해 시료 채취
지난번 파동 진원지…농민들 신경 곤두서
의심신고 땐 수백㎞ 심야 출동해 시료 채취
경기도 안양에 있는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소속 이광직 수의연구관과 이은경 수의연구사는 지난 20일 퇴근시간인 오후 6시30분께 경북 영양군의 한 축산농가로 급히 출동했다. "키우던 소 다섯 마리 가운데 세 마리가 입에서 침을 흘리고 설사를 하다가 결국 두 마리가 폐사했다"며 "구제역으로 보인다"는 신고가 이 농가에서 왔기 때문이다.
차로 280㎞를 달려 농가에 도착하자 자정이 넘었다. 어두운 축사 안에서 1시간가량 죽은 소와 살아있는 소의 피와 타액을 채취하고 증상을 살펴본 뒤 곧바로 출발했다. 시료는 대기하고 있던 '구제역진단과'연구관들에게 넘겨졌다. 그때부터 곧바로 8시간 동안 정밀검사가 진행됐다.
결과는 음성이었다. "휴~"하는 소리가 연구원들 사이에서 터져나왔다. 이은경 연구사는 "시료에서 음성 반응이 나오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정말 이렇게 살아야 하나'하는 한숨도 나온다고 했다. 이 연구사는 "그때서야 시료를 빨리 가져오기 위해 새벽길을 시속 140~150㎞로 달려온 게 생각나 아찔해진다"고 말했다.
구제역 정밀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검역검사본부는 늦가을로 접어들면서 초긴장 상태다. 첫 구제역 의심신고가 들어온 지난달 31일 이후 의심신고가 속속 접수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들어 접수된 구제역 의심신고는 14건이다. 이 중 '양성'판정을 받은 곳은 없다.
하지만 검사본부 측은 조금이라도 늦게 대응했다가 구제역이 확산될지 몰라 신고가 들어올 때마다 전전긍긍이다.
문제는 최근 접수되고 있는 상당수 구제역 의심신고가 지난해 엄청난 피해를 당한 농가들의 과잉 반응이라는 게 농림수산식품부와 검역검사본부 관계자들이 얘기다. 구제역의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침을 조금 흘리거나 다리만 약간 절어도 구제역 신고를 한다는 것이다. 이상수 검역검사본부 위기대응센터장은 "최근 들어온 신고 중 임상검사로 구제역이 실제 의심된 것은 1건에 불과했다"며 "농가들이 과잉으로 신고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농가들이 이처럼 과잉 대응하는 건 구제역 노이로제 때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소 돼지 등 347만두가 살처분된 구제역 파동으로 국가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이달 들어 의심신고가 접수된 5곳은 모두 경북지역이다. 지난해 경북 안동이 구제역 파동의 진원지로 확인되면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아 이 지역 농민들이 극도로 예민해졌다.
작년 경상북도와 안동시가 구제역 의심신고를 검역검사본부에 신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음성으로 판단해 1주일을 끄는 바람에 구제역이 삽시간에 인근 마을로 퍼졌다. 이 때문에 당시 경상북도 축산과장과 가축위생시험소장 등 관련자들이 모두 문책을 받았다.
김태융 농식품부 방역 총괄과장은 "농가와 공무원들이 경각심을 갖게 된 것은 바람직하지만 과잉신고로 인력 낭비가 초래될 수 있어 이래저래 고민"이라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
차로 280㎞를 달려 농가에 도착하자 자정이 넘었다. 어두운 축사 안에서 1시간가량 죽은 소와 살아있는 소의 피와 타액을 채취하고 증상을 살펴본 뒤 곧바로 출발했다. 시료는 대기하고 있던 '구제역진단과'연구관들에게 넘겨졌다. 그때부터 곧바로 8시간 동안 정밀검사가 진행됐다.
결과는 음성이었다. "휴~"하는 소리가 연구원들 사이에서 터져나왔다. 이은경 연구사는 "시료에서 음성 반응이 나오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정말 이렇게 살아야 하나'하는 한숨도 나온다고 했다. 이 연구사는 "그때서야 시료를 빨리 가져오기 위해 새벽길을 시속 140~150㎞로 달려온 게 생각나 아찔해진다"고 말했다.
구제역 정밀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검역검사본부는 늦가을로 접어들면서 초긴장 상태다. 첫 구제역 의심신고가 들어온 지난달 31일 이후 의심신고가 속속 접수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들어 접수된 구제역 의심신고는 14건이다. 이 중 '양성'판정을 받은 곳은 없다.
하지만 검사본부 측은 조금이라도 늦게 대응했다가 구제역이 확산될지 몰라 신고가 들어올 때마다 전전긍긍이다.
문제는 최근 접수되고 있는 상당수 구제역 의심신고가 지난해 엄청난 피해를 당한 농가들의 과잉 반응이라는 게 농림수산식품부와 검역검사본부 관계자들이 얘기다. 구제역의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침을 조금 흘리거나 다리만 약간 절어도 구제역 신고를 한다는 것이다. 이상수 검역검사본부 위기대응센터장은 "최근 들어온 신고 중 임상검사로 구제역이 실제 의심된 것은 1건에 불과했다"며 "농가들이 과잉으로 신고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농가들이 이처럼 과잉 대응하는 건 구제역 노이로제 때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소 돼지 등 347만두가 살처분된 구제역 파동으로 국가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이달 들어 의심신고가 접수된 5곳은 모두 경북지역이다. 지난해 경북 안동이 구제역 파동의 진원지로 확인되면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아 이 지역 농민들이 극도로 예민해졌다.
작년 경상북도와 안동시가 구제역 의심신고를 검역검사본부에 신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음성으로 판단해 1주일을 끄는 바람에 구제역이 삽시간에 인근 마을로 퍼졌다. 이 때문에 당시 경상북도 축산과장과 가축위생시험소장 등 관련자들이 모두 문책을 받았다.
김태융 농식품부 방역 총괄과장은 "농가와 공무원들이 경각심을 갖게 된 것은 바람직하지만 과잉신고로 인력 낭비가 초래될 수 있어 이래저래 고민"이라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