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수입업체들은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즉시 철폐되는 관세(15%) 인하분을 반영,미국산 와인의 소비자가격을 낮추기로 했다.

나라셀라는 한 · 미 FTA가 발효되는 날부터 이전에 들여온 재고분을 포함한 모든 미국 와인 가격을 10~13% 낮추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업체가 수입하는 '베린저 화이트 진판델'의 매장 가격은 2만3000원에서 2만원,'조지프 펠프스 카베르네 소비뇽'은 16만5000원에서 14만원으로 내려간다.

신성호 나라셀라 마케팅본부장은 "FTA 발효에 따른 마케팅 효과를 살리기 위해 관세를 적용해 들여온 재고분도 발효 시점에 맞춰 가격을 낮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양인터내셔날 신동와인 등 다른 수입사들도 미국산 와인 가격을 낮출 계획이다. 금양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와이너리들과 내년 1월까지는 수입단가를 협상하는 시기여서 가격 인하폭을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이르다"며 "협상가격과 관세 인하분을 고려해 가격을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와인수입사들은 한국과 유럽연합(EU) 간 FTA가 지난 7월 발효됐을 때도 순차적으로 유럽산 와인 가격을 내렸다. 현재 대부분의 유럽 와인 가격은 발효 이전보다 10~13% 낮아졌다. '간치아'는 2만5000원에서 2만2500원,'아랄디카 브라케토'는 2만원에서 1만8000원으로 싸졌다.

반면 칠레산 와인은 FTA 발효 이후 가격이 더 올랐다. '몬테스알파' '1865' 등 칠레 간판 와인 가격은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기 직전인 2008년 말보다 20~30% 뛰었다.

이에 대해 수입사들은 15% 관세가 발효 즉시 없어지는 미국,EU와는 달리 칠레는 2004년부터 2009년까지 6년간 해마다 2.5%씩 관세가 점진적으로 내려 즉각적인 가격 인하 효과가 작았던 데다 환율 상승과 수입단가 인상이 맞물린 탓이라고 설명했다.

관세가 2.5% 남아 있던 2008년 초 환율이 달러당 940원대에서 글로벌 금융 위기의 영향으로 2009년 초 1340원까지 뛰자 주요 수입사들은 이를 반영해 그해 3월께 칠레 와인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신 본부장은 "몬테스알파 수입단가가 2004~2009년 세 차례에 걸쳐 17.1% 올라 그만큼 관세 인하 효과가 상쇄됐다"며 "당시 환율이 너무 급격히 올라 2003년 FTA 발효 이후 가격을 처음 올렸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FTA가 발효돼 칠레산 와인 가격이 그만큼 덜 오른 것"이라며 "환율이 내려가면 몬테스 가격을 낮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