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이후 민주당은 23일 국회 의사일정 전면 중단과 함께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내년 4 · 11 총선을 앞두고 한 · 미 FTA 전면 무효화 기조를 정권 심판론으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강행처리 후 "야당이 뭉쳐서 내년 총선에서 이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야권 통합에도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다만 예산국회를 마냥 뒤로한 채 장외투쟁에만 나서는 데 대한 부담도 크다는 게 지도부의 고민이다. 내년 총선용 예산도 염두해 둬야 한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등 야4당을 비롯해 한 · 미 FTA 저지범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 대표들과 만나 한 · 미 FTA 무효화를 위한 공동 투쟁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손 대표는 "야5당과 범국본 등 시민단체는 한 · 미 FTA 전면 무효화를 선언한다"며 "야권과 국민이 힘을 합쳐 공동투쟁 전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강행처리에 대한 공동전선을 야권 통합의 촉매제로 삼겠다는 의도다. 손 대표가 "한 · 미 FTA 전면 무효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내년 총선 · 대선 승리로 재협상을 이끌어내겠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은 비준안 내용과 처리 절차에 대한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해 헌법 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주말엔 대규모 장외규탄 대회를 연다.

이런 대여 강경 모드 속에 민주당 지도부는 한 · 미 FTA 무효화를 앞세워 야권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 중앙위원회에서 박지원 · 박주선 · 장세환 의원 등 일부 호남출신 중앙위원들이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민주당 단독 전당대회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당권주자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밖에서 (한 · 미 FTA 비준안의 여당 단독 처리에) 당하고 나서 집안에 와서 이러면 되겠느냐"며 "민주당이 먼저 전당대회를 한 이후에 통합창당을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