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의 소설 '광장'은 끊임없이 집단 · 사회적 삶인 '광장'과 개인 · 실존적 삶인 '밀실'을 대비한다. 남한과 북한으로 공간적 배경을 나눠 밀실과 광장,그리고 제3의 길을 치밀하게 고찰했다. 반면 2011년의 '광장'은 이념적 스펙트럼으로 재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층적이다.

서울광장이나 여의도처럼 외형적으로 탁 트인 넓은 공간이 아니더라도 민의(民意)가 모이는 곳이 광장이란 인식도 이미 보편화됐다. 네티즌 토론광장을 표방해 인기를 얻은 '다음 아고라'가 대표적이다. 최근 돌풍을 일으키며 여론을 선도한 트위터 ·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일종의 광장이다.

'강연콘서트'는 때로는 민의의 분출구,때로는 정권비판의 창으로 활용되곤 하는 현대판 광장의 또 다른 이름이다. 선두주자는 청춘콘서트였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의사 박경철 씨와 합작품인 이 콘서트를 발판 삼아 단숨에 대권주자로 올랐다.

정치인들이 앞다퉈 강연형 콘서트를 시작한 이유다. 한나라당은 '드림토크'란 전국순회 대학생 정책대담을 시작했다. 최근 《문재인,검찰을 생각한다》는 신간을 발간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내달 초순부터 '북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토크콘서트 젊음에게 전한다'도 2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됐다. 이 콘서트에서는 건축가 오영욱 교수가 멘토로 나섰다.

사람들이 콘서트에 몰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취업준비생들은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며 콘서트장으로 향한다. 전셋값 폭등을 걱정하는 서민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기성 정치에 물들지 않은 참신한 리더,불안한 마음을 어루만져줄 온화한 한 마디,예리하게 정국을 해부해 줄 멘토를 그리는 이들이다.

"SNS로는 부족하다"며 디지털을 넘어 아날로그 소통을 원하는 기류도 콘서트 열풍의 한 축이다. 하지만 출범 의도는 순수했을지 몰라도 '강연형 콘서트'는 벌써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원장의 멘토로 꼽히는 법륜스님은 23일부터 '청춘콘서트 2.0' 진행자로 나섰다. 콘서트라는 새로운 광장이 누군가의 대권을 위한 발판,비판을 위한 비판의 장으로 변질되선 안 된다. 다양하게 기획된 여러 콘서트가 생산적인 소통의 장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김선주 지식사회부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