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與, 부족한 게 많아 벌 받아"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3일 대학생들을 상대로 강연했다. '2040세대'끌어안기의 일환으로 대학교 강연은 4년 만이다. 내년 총선 · 대선을 앞둔 본격적인 대권 행보의 시작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박 전 대표는 한남대 · 대전대를 찾아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대학생들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강도높게 비판함으로써 이명박 정부와의 정책 차별화에 들어간 듯한 인상을 남겼다.

대전대에서 가진 '내 마음 속의 사진'이라는 제목의 특강에서 감성적인 접근으로 말문을 열었다. 준비한 사진 다섯 장을 차례로 스크린에 띄워놓고 사진에 담긴 사연을 설명한 뒤 대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었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대학시절 사진을 보여주며 "서강대 전자공학과 재학 당시 축제 때 전통 공예품을 팔았을 때의 모습"이라면서 "그 때 우리 과에 여학생이 나 혼자였는데 나도 꽤 인기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는 내가 예뻐서 그랬던 걸로 생각했었다"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한 학생이 "혹시 사랑 해보셨어요?"라고 묻자 박 전 대표는 "안 해봤으면 사람이겠습니까"라고 말해 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어 "미팅을 못해서 후회스럽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에서 등록금(예산)으로 4000억원 정도를 증액했는데 이것도 많이 부족하다"며 "소득 7분위 이하 등록금을 22% 줄인다는 것도 학생에게 와닿지 않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또 "학자금을 대출받아도 졸업하자마자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도 말이 안되는 환경"이라며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학자금은 물가를 빼면 거의 제로금리로 하고 장기 분할 상환토록해 취직했을 때부터 대출금을 갚아나가든지 하는 배려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실력을 갖추면 성공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핵심능력인증제'를 공공 부문부터 도입해 공공 부문부터 학벌을 파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꿈과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제가 정치를 하는 최고의 이유이고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젊은층의 한나라당 외면에 대해 "그동안 부족한 게 많았기 때문에 벌 받은 것"이라며 "엄청나게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남대에서 가진 대전권 대학 총학생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선 "포퓰리즘은 당장 그럴 듯해 보여도 반드시 나라를 골병들게 한다. 정치적 득을 보려는 것인지,진정성을 갖고 하려는 것인지 국민이 평가를 잘한다고 본다"고 했다.

대전=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