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산업의 새로운 돌파구 '도시 수출'
신흥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로 대규모 신도시 건설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 1950년 3억명에 불과했던 신흥국 도시 인구는 2009년 25억명으로 늘었고, 2050년에는 52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990년대 초 중국에서 시작된 신흥국 신도시 개발 붐은 1990년대 말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거쳐 2000년대 중동 산유국과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확산됐다. 신흥국의 도시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인구 20만명 규모의 도시가 1만3000개 새로 개발돼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신도시 개발은 시공뿐만 아니라 기획, 설계, 재원 조달, 운영·관리 등의 서비스가 포함되는 고부가가치 수출 상품이다. 또 산업 육성과 정보기술(IT) 인프라 구축을 위해 연관 기업이 동반 진출할 수 있는 여지도 많은 분야다.

신흥국 신도시 건설시장은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장이다. 지멘스는 지난달 ‘인프라스트럭쳐&시티’ 사업부문을 신설하고 도시 건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멘스는 지속가능한 운송, 환경 보호, 에너지 절약을 위한 친환경 도시 개발 솔루션을 선보이겠다고 공언했다. 시스코는 인구 100만 이상의 첨단 도시 모델 개발사업인 ‘밀리언 프로젝트’를 최근 완료하고 중국과 인도 등의 스마트시티 건설사업에 참여했다. 시스코는 인천 송도 스마트시티 건설에도 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일본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은 첨단 교통시스템과 의료시스템을 적용한 ‘미래 도시 모델 프로젝트’를 12개 도시에서 진행 중이다.

한국 기업도 해외 도시 건설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국내 기업의 첫 해외 신도시 사업인 베트남 하노이 타이호타이 신도시 건설을 진행 중이고, 알제리에서는 인구 35만명 규모의 부그졸 신도시를 건설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이라크 바그다드 외곽에 10만가구 규모의 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을 72억5000만달러에 수주했다.

신흥국 도시 건설 사업이 1980년대 중동 건설 붐과 1990년대 동남아시아 건설 호황에 이은 세 번째 해외건설 중흥기를 열어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는 80% 이상이 산업설비(플랜트)에 관련된 것으로 신도시 건설 사업 비중은 전체의 10%에도 못 미치고 있다.

해외 신도시 건설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협력적 추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도시 개발은 복합적 성격이 강해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진출하기 어려운 분야다. 건설사는 물론 IT, 교통,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을 참여시켜 종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짧은 시간에 산업화와 도시화를 이룬 경험은 신도시 개발 분야에서 한국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다. 많은 신흥국들이 한국의 도시 개발 및 산업단지 개발 정책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국의 경험을 토대로 대상 국가의 발전 단계에 맞는 신도시 모델을 개발하고 스마트 친환경 등의 테마를 결합해 부가가치를 높인다면 도시 개발 사업이 국내 건설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박용규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eripyg@seri.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