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맞은 쌍용차 'SUV 명가' 자존심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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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쌍용자동차
2007년 이후 최대실적
파업 아픔 넘고 2조 매출…3분기 판매량 46% 급증
해외 시장으로 진격
러시아 16만대 수출 계약…중국서 '코란도C' 선보여
2007년 이후 최대실적
파업 아픔 넘고 2조 매출…3분기 판매량 46% 급증
해외 시장으로 진격
러시아 16만대 수출 계약…중국서 '코란도C' 선보여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의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요즘 이곳 근로자들 사이에선 “칠괴동의 ‘칠괴’(일곱가지 괴로운 일)가 지나갔으니 이제 행운의 7만 남았다”는 말이 돌고 있다.
1986년 쌍용그룹이 동아자동차를 인수한 이후 대우그룹, 상하이자동차 등 7개의 인수 기업을 거쳤으니 이번 인도의 마힌드라&마힌드라그룹과의 결합이 마지막이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쌍용차는 2009년 77일간의 ‘옥쇄파업’ 등 유독 숫자 ‘7’에 얽힌 아픈 기억이 많다. 쌍용차 관계자는 “단순히 위안을 삼기 위해 지어낸 말이기보다는 쌍용차의 ‘럭키세븐’ 시대가 시작됐다는 기대감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쌍용차
1990년대 후반 ‘코란도’와 ‘무쏘’로 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했던 쌍용차에 위기가 찾아온 것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경영권을 인수했던 당시 쌍용차의 국내 SUV 점유율은 27% 수준이었다. 2008년에는 15%,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2009년은 7%로 곤두박질쳤다. 쌍용차의 국내 SUV 점유율이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이때가 유일하다.
법원은 그해 2월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고, 쌍용차는 2646명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면서 장기 파업을 겪었다. 공권력 투입, 노사간 강경 대치, 정치권 개입, 상하이자동차의 먹튀 논란으로 확대됐던 ‘쌍용차 사태’는 지난해 11월 인도 자동차회사 마힌드라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으면서 일단락됐다.
올해는 쌍용차에 의미있는 한 해였다. 지난 3월14일 기업회생절차가 종결됐고 마힌드라와 인수 후 합병작업(PMI)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평택공장 분위기도 확연히 달라졌다. 빈 소주병과 담뱃재로 얼룩졌던 파업과 농성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코란도 C 라인 생산효율도 99.5% 수준으로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복수 쌍용차 조립1팀장은 “이제 공장은 점심시간도 잊은 채 작업에 몰두하는 근로자의 열기로 가득하다”며 “우리에게 남은 일은 ‘무쏘’의 뿔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본격적인 실적 회복
쌍용차는 기업회생절차 종료 6개월이 된 지난 9월20일,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김규한 노조위원장과 3300여명의 임직원들은 평택의 한 문화센터 대강당에 모여 “노사안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자”고 다짐했다. 일부 직원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고엔카 마힌드라&마힌드라 사장은 “이제 쌍용차가 세계 자동차 시장의 주무대에 올라서기 위한 여정에 중요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선포식 뒤 전 임직원은 깃발에 각자의 소망을 적어냈다. “SUV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하자” “아들이 자랑스럽게 쌍용차를 탈 수 있는 그날이 오길…” “파업회사로 손가락질 받지 않고 쌍용차맨의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싶다”는 등의 바람들이 빼곡히 적혔다. 이렇게 만든 4000개 가까운 깃발들은 4m의 둥근탑으로 평택공장 정문에 전시돼 있다. 직원들은 이곳을 ‘희망탑’이라고 부른다.
직원들의 염원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 3분기 3만367대를 팔아 2007년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6%나 증가했다. 매출액도 판매량 증가와 환율, 수출단가 조정 등에 힘입어 74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늘었다. 올해 3분기까지 쌍용차는 총 8만6240대를 팔아 2조96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연말까지 2조원 후반대에 이를 전망이다.
수출 역시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수출 물량은 6만2499대로, 연말까지 1만2000대를 추가 수출해 7만5000대 이상의 연간 수출 실적이 예상된다.
◆국내외 호평 잇따라
쌍용차가 재도약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데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대표작인 ‘무쏘’는 2001년 ‘無보링(피스톤과 링을 조율) 100만㎞ 주행’ 기록을 달성하면서 성능과 내구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쌍용차 제품들이 경찰청 작전차량과 순찰차량 등 기관차량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쌍용차는 올해 한국전력과 한국도로공사, 군부대, 경찰청 등 공기업 및 공공기관에 ‘렉스턴’, ‘액티언스포츠’, ‘코란도 C’ 350대를 납품했다. 송영한 쌍용차 국내영업본부 상무는 “쌍용차는 우수한 품질과 용도차량으로 적합성을 인정받았고, 오랜 운행에도 잔고장이 적고 내구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앞으로 기관에 100여대의 차량을 납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쌍용차는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달에는 경남 창원에서 열린 ‘유엔사막방지협약(UNCCD) 제10차 총회’에서 아시아 최초의 공식 후원사로 선정돼 ‘뉴체어맨 W’ 10대와 ‘코란도C’ 5대 등 총 15대의 의전차량을 지원했다. 지난 6월에는 유럽의 권위 있는 자동차 전문지 ‘콰트로루오트’가 실시한 테스트에서 코란도C가 안전성, 실내공간 등에서 최고 등급인 별 다섯 개의 평가를 받았다. 콰트로루오트지는 “쌍용자동차가 자체 개발한 엔진은 강력함과 순발력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가속 성능과 탄력성이 뛰어나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며 “디자이너 주지아로에 의해 개성적인 앞뒤 모습과 깔끔한 외관을 갖춘 유러피안 스타일을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겨울철 혹한기와 험난한 지형에 적합한 차량을 선호하는 러시아에서도 쌍용차의 SUV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코란도 C의 인기에 힘입어 러시아에 2017년까지 16만대 규모를 판매하는 장기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서유럽 시장 개척에 주력
쌍용차는 올해를 해외시장 개척의 원년으로 삼았다. 앞으로 성장동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공격적인 확장을 통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쌍용차는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 및 판매역량 강화와 신흥시장에서의 부품수출)CKD)사업 론칭 등을 주요 과제로 정하고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 계약도 잇따라 성사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중국 최대 자동차 판매 전문기업인 방대 기무집단 고분유한공사, 중기남화기차 복무 유한공사와 중국 내 판매 대리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첫 전략모델인 코란도 C를 론칭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이유일 쌍용차 사장은 “중국의 수출 비중을 현재 7% 수준에서 150여개의 딜러망이 갖춰지는 2013년에는 20%대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에는 유럽 및 아프리카에 11개 자회사를 보유한 영국의 자동차 판매 전문기업인 바사돈 그룹과 판매계약을 맺었다. 2013년까지 연간 5000여대 규모로 수출 물량을 늘린다는 목표다.
쌍용차는 앞으로 러시아와 중남미 시장에 편중됐던 판매구조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현재 59%에 육박하는 러시아와 중남미 비중을 26%로 절반 이상 줄이고 2016년에는 서유럽 29%, 인도와 중국 30%, 기타지역 15% 등으로 분산시킬 계획이다. 이미 진출한 지역에서는 네트워크를 강화해 연간 1000대 이상 수출하는 국가 수를 현재 12개에서 2016년 24곳으로 두 배로 늘릴 방침이다. 이 사장은 “올해부터 판매구조를 글로벌 수요 비중에 맞게 다변화하고 있다”며 “2013년까지 100개국, 2016년까지 110개국으로 수출시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1986년 쌍용그룹이 동아자동차를 인수한 이후 대우그룹, 상하이자동차 등 7개의 인수 기업을 거쳤으니 이번 인도의 마힌드라&마힌드라그룹과의 결합이 마지막이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쌍용차는 2009년 77일간의 ‘옥쇄파업’ 등 유독 숫자 ‘7’에 얽힌 아픈 기억이 많다. 쌍용차 관계자는 “단순히 위안을 삼기 위해 지어낸 말이기보다는 쌍용차의 ‘럭키세븐’ 시대가 시작됐다는 기대감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쌍용차
1990년대 후반 ‘코란도’와 ‘무쏘’로 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했던 쌍용차에 위기가 찾아온 것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경영권을 인수했던 당시 쌍용차의 국내 SUV 점유율은 27% 수준이었다. 2008년에는 15%,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2009년은 7%로 곤두박질쳤다. 쌍용차의 국내 SUV 점유율이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이때가 유일하다.
법원은 그해 2월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고, 쌍용차는 2646명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면서 장기 파업을 겪었다. 공권력 투입, 노사간 강경 대치, 정치권 개입, 상하이자동차의 먹튀 논란으로 확대됐던 ‘쌍용차 사태’는 지난해 11월 인도 자동차회사 마힌드라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으면서 일단락됐다.
올해는 쌍용차에 의미있는 한 해였다. 지난 3월14일 기업회생절차가 종결됐고 마힌드라와 인수 후 합병작업(PMI)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평택공장 분위기도 확연히 달라졌다. 빈 소주병과 담뱃재로 얼룩졌던 파업과 농성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코란도 C 라인 생산효율도 99.5% 수준으로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복수 쌍용차 조립1팀장은 “이제 공장은 점심시간도 잊은 채 작업에 몰두하는 근로자의 열기로 가득하다”며 “우리에게 남은 일은 ‘무쏘’의 뿔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본격적인 실적 회복
쌍용차는 기업회생절차 종료 6개월이 된 지난 9월20일,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김규한 노조위원장과 3300여명의 임직원들은 평택의 한 문화센터 대강당에 모여 “노사안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자”고 다짐했다. 일부 직원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고엔카 마힌드라&마힌드라 사장은 “이제 쌍용차가 세계 자동차 시장의 주무대에 올라서기 위한 여정에 중요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선포식 뒤 전 임직원은 깃발에 각자의 소망을 적어냈다. “SUV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하자” “아들이 자랑스럽게 쌍용차를 탈 수 있는 그날이 오길…” “파업회사로 손가락질 받지 않고 쌍용차맨의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싶다”는 등의 바람들이 빼곡히 적혔다. 이렇게 만든 4000개 가까운 깃발들은 4m의 둥근탑으로 평택공장 정문에 전시돼 있다. 직원들은 이곳을 ‘희망탑’이라고 부른다.
직원들의 염원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 3분기 3만367대를 팔아 2007년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6%나 증가했다. 매출액도 판매량 증가와 환율, 수출단가 조정 등에 힘입어 74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늘었다. 올해 3분기까지 쌍용차는 총 8만6240대를 팔아 2조96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연말까지 2조원 후반대에 이를 전망이다.
수출 역시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수출 물량은 6만2499대로, 연말까지 1만2000대를 추가 수출해 7만5000대 이상의 연간 수출 실적이 예상된다.
◆국내외 호평 잇따라
쌍용차가 재도약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데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대표작인 ‘무쏘’는 2001년 ‘無보링(피스톤과 링을 조율) 100만㎞ 주행’ 기록을 달성하면서 성능과 내구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쌍용차 제품들이 경찰청 작전차량과 순찰차량 등 기관차량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쌍용차는 올해 한국전력과 한국도로공사, 군부대, 경찰청 등 공기업 및 공공기관에 ‘렉스턴’, ‘액티언스포츠’, ‘코란도 C’ 350대를 납품했다. 송영한 쌍용차 국내영업본부 상무는 “쌍용차는 우수한 품질과 용도차량으로 적합성을 인정받았고, 오랜 운행에도 잔고장이 적고 내구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앞으로 기관에 100여대의 차량을 납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쌍용차는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달에는 경남 창원에서 열린 ‘유엔사막방지협약(UNCCD) 제10차 총회’에서 아시아 최초의 공식 후원사로 선정돼 ‘뉴체어맨 W’ 10대와 ‘코란도C’ 5대 등 총 15대의 의전차량을 지원했다. 지난 6월에는 유럽의 권위 있는 자동차 전문지 ‘콰트로루오트’가 실시한 테스트에서 코란도C가 안전성, 실내공간 등에서 최고 등급인 별 다섯 개의 평가를 받았다. 콰트로루오트지는 “쌍용자동차가 자체 개발한 엔진은 강력함과 순발력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가속 성능과 탄력성이 뛰어나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며 “디자이너 주지아로에 의해 개성적인 앞뒤 모습과 깔끔한 외관을 갖춘 유러피안 스타일을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겨울철 혹한기와 험난한 지형에 적합한 차량을 선호하는 러시아에서도 쌍용차의 SUV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코란도 C의 인기에 힘입어 러시아에 2017년까지 16만대 규모를 판매하는 장기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서유럽 시장 개척에 주력
쌍용차는 올해를 해외시장 개척의 원년으로 삼았다. 앞으로 성장동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공격적인 확장을 통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쌍용차는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 및 판매역량 강화와 신흥시장에서의 부품수출)CKD)사업 론칭 등을 주요 과제로 정하고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 계약도 잇따라 성사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중국 최대 자동차 판매 전문기업인 방대 기무집단 고분유한공사, 중기남화기차 복무 유한공사와 중국 내 판매 대리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첫 전략모델인 코란도 C를 론칭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이유일 쌍용차 사장은 “중국의 수출 비중을 현재 7% 수준에서 150여개의 딜러망이 갖춰지는 2013년에는 20%대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에는 유럽 및 아프리카에 11개 자회사를 보유한 영국의 자동차 판매 전문기업인 바사돈 그룹과 판매계약을 맺었다. 2013년까지 연간 5000여대 규모로 수출 물량을 늘린다는 목표다.
쌍용차는 앞으로 러시아와 중남미 시장에 편중됐던 판매구조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현재 59%에 육박하는 러시아와 중남미 비중을 26%로 절반 이상 줄이고 2016년에는 서유럽 29%, 인도와 중국 30%, 기타지역 15% 등으로 분산시킬 계획이다. 이미 진출한 지역에서는 네트워크를 강화해 연간 1000대 이상 수출하는 국가 수를 현재 12개에서 2016년 24곳으로 두 배로 늘릴 방침이다. 이 사장은 “올해부터 판매구조를 글로벌 수요 비중에 맞게 다변화하고 있다”며 “2013년까지 100개국, 2016년까지 110개국으로 수출시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